대법, 이 모 판사 문책성 전보 인사

대법원은 11일 술을 마시고 취해 술집 직원과 출동한 경찰관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현직 부장판사에 '문책성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대법원은 술에 취해 출동한 경찰 등을 때린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수원지법 안산지원 이모(51·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를 창원지법으로 오는 14일자로 전보 발령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전보인사는 이 부장판사에 대한 수사 등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재 소속 법원에 계속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고려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고 밝혔다. 또 향후 "형사 절차와 별도로 사실관계 확인 정도에 따라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법관의 정기 인사는 매년 초에 이뤄진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한 근무지에서는 2년 간 근무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일반 법률보다 상위 법인 헌법으로 법관들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음주 물의 사건과 지역 유력자들과 접촉에 따른 의혹들이 잇따라 발생하자 법관의 직무외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조치 역시 이 부장 판사를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법원을 옮긴 것은 문책성 인사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법원은 "정기 인사 시점이 아닌 시기에 현재 거주지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법원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비연고' 법원으로 발령냈다는 점에서 당사자에 대한 문책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경북 출신이며 경남 지역에서 근무한 경력은 없다. 대법원은 "재판 업무를 맡길지 여부에 대한 재판사무 분담은 소속 법원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오전 1시께 강남구 역삼동의 한 술집에서 만취 상태로 종업원을 폭행하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까지 때리고 삿대질하는 등 공무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왔다.
이 부장판사는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으며 "술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일행들이 술값을 계산하고 갔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종업원이 술값을 요구하자 시비가 붙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부장판사에 대한 조사를 끝낸 뒤 조만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동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