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 전에 끝이 난 전쟁이지만,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전투가 있습니다.
한국군 역사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도발에 맞서 반격에 성공한 몽금포 전투인데, 참전 용사조차 기록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이병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몽금포 전투라고 들어보셨어요?"
"아니요, 못 들어봤어요."
"몽금포 전투라고 혹시 들어보셨어요?"
"들어보긴 했는데, 정확한 전황은 잘 모르겠어요."
일반 시민뿐 아니라 군 관계자들 사이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몽금포 전투.
6·25전쟁 발발 한 해 전인 1949년,
우리 군이 백령도와 마주한 북한 장산곶 포대 인근 군항을 공격한 공식적인 작전이었습니다.
전쟁을 앞두고 북한이 우리 군함을 납북하는 등 계속되는 국지전에 맞서기 위해서였습니다.
공정식 전 해병대사령관도 전투에 참가해 북한군을 포로로 잡으면서 공을 세웠지만, 그 전과를 알릴 수 없었습니다.
당시 해군참모총장의 재가까지 받은 전투였지만, 확전을 우려한 미군의 항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공정식 / 해병대 전 사령관
- "작전에 참전한 사람에 대해서는 이것을 발표한다든지, 말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게다가 한국전쟁 발발 후에는 북한의 '남한 북침설'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을 우려해 정부도 쉬쉬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전투에 참가했던 군인 2백여 명은 잊혔고,
생존한 병사들은 연금 대상에 올라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990년대 초반 러시아의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북한의 남침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몽금포 전투는 여전히 극히 일부만 아는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남은 노병은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전투를 알리고 전공을 인정해 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 인터뷰 : 공정식 / 해병대 전 사령관
- "지금은 이것을 공표해서 살아남은 몇 사람밖에 되지 않는 당시 참전용사들에게도 그에 알맞은 공훈을 선양해야 하고…."
MBN뉴스 이병주입니다.[freibj@mbn.co.kr]
영상취재 : 박준영, 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