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고급 승용차 예단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미뤘다는 이유로 아내를 폭행한 '허세' 남편에게 지난 9일 위자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 김태의)는 "남편은 아내에게 위자로 6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사랑보다 경제적 조건을 보고 결혼해 아내를 무시하고 냉대했다. 사실혼 관계를 망가뜨린 주된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둔 B씨와 결혼하면서 자신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장인에게 경영권을 물려받을 속셈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고위 공직자를 지냈다며 영향력과 재력을 과시했고 상견례 자리에서 예물, 예단 등으로 8000만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 현금 7000만원, 유명 브랜드 시계 등을 요구했다.
심지어 A씨는 B씨에게 "결혼식에 초대할 친구들의 부모 직업을 조사해 5명만 최종 선발하겠다"고 메일을 보내는 등 무례한 행동을 계속했고 B씨는 "친구들을 초대하지 않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식을 올렸으나 A씨는 혼인 신고를 차일피일 미루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A씨는 결혼 이후 장인의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빠져 벤츠 구입이 늦어지자 아내에게 "친정집을 팔아서라도 차를 해결하라. 조건이 돼야 존중, 배려하겠다"며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낯선 여성과의 의심스러운 메시지를 주고 받자 이를 염려한 장인이 양가 부모가 모이는 가족회의를 제안했다.
남편은 이에 화가 나 아내의 머리와 등을 심하게 때려 안면부, 심부좌상 등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혔다.
더이상 견디지 못한 아내는 신혼 100여일 만에 시댁을 나와 소송을 제기했으며 남편에게 사실혼 관계 파탄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었다.
법원은 아내의 손을 들어 60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판결했다.
그러나 아내가 돌려달라고 요구한 예단비 7000만원, 예물시계 1790만원, 결혼식
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교부한 '예단, 예물'은 피고의 소유로 귀속됐다"며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한 이상 혼수품 비용도 원래의 목적을 위해 사용돼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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