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종종 '떼인 돈' 때문에 적지 않은 고민을 털어 놓는다. 한두 번은 거절할 수 있지만 사정이 딱하다며 간절히 호소하면 냉정히 거절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돈 거래다. 매일 보는 직장 동료 사이에 '사정 좀 봐 달라'며 손을 내밀면 누구나 거절하기 난감할법하다. 그나마 꿔준 돈을 떼이지 않는다면 다행이겠으나 급전이 필요할 때 마음이라는 것이 본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처럼 순식간에 변하는 것'이어서 골치 아픈 상황도 벌어진다.
◆업무 스트레스에 이젠 '떼인 돈'까지 신경
1년 전 상황을 돌이키고 싶은 K대리. '그때 내가 왜 그랬지' 오늘도 후회를 한다. 한 달만 쓰고 돌려준다는 직장 상사 인사부 N차장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넙죽 꿔준 돈 50만원이 현재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상사인 탓에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막연한 불안감도 돈을 꿔주는데 작용했다.
돈을 갚아달라는 말도 한두 번. 요즘 들어선 오히려 돈 받기가 미안해진다. N차장을 볼 때면 '돈' 얘기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간다. 직장 상사인 탓에 막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 K대리와 N차장의 직장 내 어정쩡한 관계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직장 상사의 사적인 부탁을 차마 외면 못하고 들어주는 경우는 비단 K대리 뿐만은 아닐 것이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15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77.0%가 '직장상사로부터 사적인 부탁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96.4%가 이를 들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상사로부터 사적인 심부름이나 부탁을 받은 경험이 있고 이들 대부분은 불이익을 우려해 사적부탁을 들어준다는 조사결과다.
◆빌려준 돈 받은 것뿐인데 '찜찜'…아놔~
대학 선후배에서 직장 동료가 된 A씨와 B씨. 5개월 전 후배 A씨에게 30만원을 빌려준 선배 B씨는 한 달 후 월급날 갚겠다던 후배 A씨의 말을 굳게 믿었다. 친한 친구와도 금전 거래는 하지 않았던 B씨는 월세를 내지 못할 사정에 처한 후배 A씨의 사정이 딱해 빌려줬다.
하지만 한 달 뒤 돈을 갚기는커녕 계속 돈 갚기를 미루기만 한 후배 A씨. 알고 보니 주변에도 여럿이 후배 A씨에게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한 사실을 듣게 됐다.
하지만 금전 거래에 있어 철저했던 B씨는 더욱 모진 소리를 해가며 결국 돈을 받아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지난했다. 오히려 돈을 빌려준 쪽이 애걸복걸 하다시피 해 악역을 도맡는 불쾌함도 느껴야했다.
◆찔끔 갚는 흉내 내다 나머지 꿀꺽 '인면수심'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외 기업에 재직 중인 남녀 직장인 798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좀도둑 유형'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은 '자잘한 돈 빌려가고 모른 척 하는 사람(35.0%)'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H과장은 전 직장 선배인 M차장을 생각하면 속이 끓는다. 피 같은 돈 40만원을 빌려가 끝내 갚지 않아서다. 전화, 문자뿐만 아니라 만나서도 '돈을 좀 갚아줬으면 좋겠다'고 사정을 했지만 '알았다'는 말만 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기 일쑤였다. 이제는 차라리 갚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도 여긴다.
2년 전 어느 날 M차장은 수차례 돈 부탁을 해왔다. 친분이 있던 터에 간곡한 부탁을 외면하기 어려웠던 H과장은 선뜻 돈을 빌려줬다. 당시 딱 일주일만 쓰고 갚겠다던 M차장은 3만원, 5만원, 7만원 조금씩 나눠 갚더니 나머지 25만원은 입을 싹 닦았다. 종종 업무상 M차장을 만날 때면 H과장은 인면수심(人面獸心)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살아가다보면 가까운 지인들과 돈 거래를 하게 되는 날들이 종종 생기게 마련이다. 야박하게 대하면 인정머리 없는 사람으로, '서운함'에 막역한 사이가 멀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당장은 치사한 사람이란 소리를 듣더라도 '내가 반드시 받아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