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간이란 본디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기쁨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현하는 동물이기에 그렇다. 소리소문 없이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고 있는 위인들은 이따금씩 우리네 일상에서도 발견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편모 가정 학생을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김영희(55·여)씨가 그렇다. 그는 "나눔이란 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주는 것이라고 평생 강조하신 어머니의 말씀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모친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할수 있는 한 끝까지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강직하면서도 드높았다.
10일 고려대에 따르면 김씨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편모 가정 학생 중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다는 조건 하에 거금 1억원을 학교에 쾌척했다. 이에 김씨 모친의 이름을 딴 '김용숙 기금'이 조성돼 지난 15년간 매학기 2명의 학생에게 기금 이자로 15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김씨는 그간 학교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조용히,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최근 학교에 전화 한 통을 걸어왔다. "물가와 등록금이 올라 이제 150만원으로는 부족할 것 같으니 원금까지 사용해 200만원으로 장학금을 늘리겠다"는 의사를 밝히기 위해서다. 원금이 소진되면 기금을 더 내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학교 측이 김씨의 기부 사연을 듣게 된 건 이때부터다. 중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는 김씨는 지난 1993년 암으로 어머니까지 하늘나라로 보내자 하릴없는 슬픔에 젖어 지내야 했다. 그러다 어머니 인생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했던 기부를 통해 당신을 기억하기로 결심하며 다시 일어섰다. 김씨는 말했다. "어렸을 때 집 앞 육교에 걸인 한 명이 늘 앉아있었지요. 어머니는 그 앞을 오갈 때마다 몇 푼이 됐든 늘 돈을 쥐어주셨어요." 한 번이면 됐지 매번 돈을 주는 게 의문스러웠던 그는 어머니께 이를 여쭈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나눌 수 있으면 몇 번이라도
김씨는 "평생 소년소녀 가장과 걸인을 돕던 어머니를 보며 자라왔다"며 "학생들이 하나만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누군가 그림자처럼 뒤에서 지지해주고 있구나' '아버지가 없지만 난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요."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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