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에 보면 출세하거나 유명한 인물들의 일대기를 기록해 적은 지석이라는 게 있는데요.
몰래 훔친 문화재급 지석 수백 점을 빼돌려 갖고 있던 한 사립 박물관장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한민용 기자입니다.
【 기자 】
경기도 성남의 한 지하창고.
이중 삼중으로 잠긴 창고를 열고 들어가 보니, 겹겹이 포장된 물건들로 꽉 차 있습니다.
모두 분묘를 파헤치고 훔쳐온 문화재입니다.
▶ 인터뷰 : 오동환 / 조선 중기 문신 오희문 선생 후손
- "통 모르고 있었습니다, 도굴당했다는 사실을. 경찰 당국에서 연락이 와서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발견된 문화재는 매장자의 일대기를 새겨놓은 '지석'입니다.
특히 이 중에는 무오사화를 주도한 유자광과 지봉유설의 저자 이수광이 직접 쓴 지석도 있었습니다.
도굴된 지석을 몰래 보관해 온 인물은 다름 아닌 사립박물관 관장 73살 권 모 씨.
서울시에서 매년 수천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장물을 사들인 겁니다.
적발된 지석만 5백 점이 넘습니다.
▶ 인터뷰 : 장보은 /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팀장
- "박물관 관장 권 모 씨는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러한 지석은 땅속에 매장된 문화재이기 때문에 피의자가 그러한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경찰은 압수된 지석은 확인 절차를 거쳐 피해 종중에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MBN뉴스 한민용입니다. [ myhan@mbn.co.kr ]
영상취재: 유용규 기자
영상편집: 강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