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만든 '대외주의' 문건서 "일본 항공정책을 이롭게 하는 것" 주장…박완수 인천공항 사장 "잘못된 것 같다" 사과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인천공항 노선 뺏는 것 아니라 신설해 신규 수요 창출하자는 것"
박완수 인천공항공사 사장 "한국 공항 경쟁력 확보 측면서 국가가 국제선 허용정도 결정해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김포국제공항과 국제선을 분담하는 것은 '일본의 항공정책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란 내부문건을 만든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수도권 양대 공항이자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역학구도만을 고려한 '근시적 시각'이란 비판과 함께 국토교통부가 갈등을 방치한 결과란 지적까지 나왔다.
국회 교통위원회 이언주 의원(경기 광명을.새정치민주연합)이 17일 인천공항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한 '항공산업 환경변화에 대응한 인천공항 허브화 정책 강화 필요' 문건은 국회 국감을 앞둔 9월 작성됐다.
예민한 내용을 담고 있듯 문서 첫장 좌측 맨 위에는 '대외주의' 표시까지 돼 있다. 문건에서 인천공항은 "김포공항 분담을 확대해 인천공항의 노선을 줄이는 것은 인천공항을 견제하는 일본의 항공 정책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라고 규정했다. 일본 수도인 도쿄와 가까운 하네다공항이 국제선을 강화하는 추세에 맞춰 한국도 김포공항이 국제선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대응 논리로 보인다.
인천공항은 문건에서 김포공항이 국제선을 분담하면 중국 일본 사람과 일부 서울시민(500만명)이 편리하게 공항을 이용할 수 있지만 국내 여객이 중국 일본공항으로 유출되고, 외국 환승객이 인천공항을 외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김포공항 소음권역 일대 주민 피해가 심각해지고, 외국 LCC(저비용항공사)가 인천공항을 점령하며, 5조원을 투입한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유휴시설로 전락할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일본공항이 허브공항으로 우뚝 서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은 "한국이 중국과 일본 항공수요의 연결중심이 되려면 인천공항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일부 서울시민이 조금 불편해도 우리는 인천공항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이언주 의원은 "그동안 정부의 인천공항 몰아주기 정책에 의해 인천공항은 국제선 점유율 91.1%,로 항공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까지 정부가 밀어주고 있는데도 인천공항의 경쟁력이 약하된게 누구의 책임이냐"며 안일한 인식을 질책했다. "작년 기준 인천공항 이착륙 항공기의 70% 가량이 국적기이고, 환승도 국내 대형항공사가 92.8%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 허브란 정부와 인천공항의 자랑이 무색할 지경"이란 것이다.
이 의원은 "세계 항공 환경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야할 인천공항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정부의 정책에 기대고자 이런 문건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여당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기장을)은 "행정을 하시는 분들이 제일 꼴사나운게 정치분쟁화, 투쟁화"라면서 "국내 항공정책을 논하면서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을 친일파, 친일행위라고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을)은 박완수 인천공항 사장에게 "(문건 내용처럼)김포공항 국제선 분담을 통해 서울 시내 접근성, 연결성 높이고 중국 일본 관광객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 대한민국 이익에 반하고, 서울 시민의 지역 이기주의라고 생가하느냐"고 재차 질의했고 "그렇지 않다. 잘못된 것 같다"는 답변을 이끌어 냈다.
논란이 커지면서 결국 이문기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 직무대리까지 국감장으로 불려나왔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고양시덕양구을)은 이문기 실장에게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형제나 마찬가지인데 양 공사의 싸움을 부추기고 수수방관 정책을 쓴다"면서 "상충될 수 밖에 없는 '인천공항=허브공항' '김포공항=기존 시설 활용 극대화' 목표를 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이문기 실장은 "공항 정책 여건에 변화가 있어 양 공항의 경쟁력 강화와 이용객 편의를 감안해 항공정책기본계획에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포공항이 희망하는 국제선 분담 개념도 명확히 드러났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국민들이 '한시간 비행해 갈 수 있는 거리를 인천공항까지 왜 가야 하는냐'는 말을 많이 한다. 인천공항 국제선 노선을 김포공항에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인천공항 노선은 두고 빨리갈 수 있는 노선을 만들어 신규수요
박완수 인천공항 사장은 "공항간 경쟁으로 비춰지는 모습은 바람직 하지 않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국제선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것이 한국 공항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는지 결정해야 하고 한국공항공사와 함께 협력.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