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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추가 수습/사진=MBN |
황지현 양 부모 "남아 있는 가족들께 미안해"…외동딸 결국 차가운 시신으로
29일 저녁 팽목항에서 딸 지현이의 '귀환'을 확신한 아버지 황인열 씨는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다른 실종자 가족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전날 지현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세월호 4층 중앙 여자화장실 부근에서 '스타킹을 착용한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황씨는 부인 신명섭와 함께 애써 냉정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듯 보였습니다.
주위에서 "지현인 것 같다"는 말들이 많았지만 황씨 부부는 시신 수습 직후 착용한 옷의 특징과 신체 치수 등을 전해 듣고도 섣불리 딸이라고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신체적 특징만으로 미리 단정했다가 결국 다른 실종자로 확인되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좌절한 다른 세월호 유족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날 오후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시신이 수습돼 팽목항으로 해경 경비정에 실려 운구되는 1시간여 동안 어머니는 "직접 봐야 알겠다"며 차분하게 기다렸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라며 자원봉사자가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두 손으로 받으며 고마운 마음을 꼬박꼬박 전했습니다.
아버지 황씨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모여 있는 임시 항구 근처에서 떨어져 홀로 서성거리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한 줄기 빛을 쏘며 수습한 시신을 운구하는 경비정이 서서히 팽목항에 들어오자 황씨는 부인 신씨 옆에 앉아 실종자 가족 대변인이 옷 등 유류품을 촬영해 오길 기다렸습니다.
대변인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시신의 옷을 찍어 황씨 부부를 찾자 어머니는 딸아이의 가슴 아픈 모습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인지 잠시 주춤거렸습니다.
어둠이 잔뜩 깔린 팽목항 가족 임시숙소 인근에서 시신의 옷가지 등을 확인한 황씨는 딸 지현이의 옷임을 확신하고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런 남편을 부인 신씨는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서 있었습니다.
딸을 시신으로나마
"미안하다"고 되뇌이는 황씨에게 한 실종자 가족은 "네가 성공해야 우리도 성공하는 거야"라며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