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키스를 당한 사람이 상대의 혀를 깨물어 다치게 했다면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보통은 정당한 행위로 인정할법한데 법원이 혀를 깨문 행위를 유죄로 선고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성훈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해 6월, 23살 남성 김 모 씨는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밤 11시부터 시작된 모임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만취상태로 술집을 나왔습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다 결국 인근 주차장에 쓰러진 김 씨.
함께 술을 마신 21살 여성 박 모 씨는 김 씨를 일으키다가 갑자기 김 씨의 입을 맞췄습니다.
문제는 김 씨가 자신에게 키스한 박 씨의 혀를 지나치게 세게 깨무는 바람에 발생했습니다.
여성인 박 씨의 혀가 2cm 정도 잘려나간 겁니다.
김 씨는 강제추행을 막으려는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몸을 밀쳐내는 등 다른 제지 방법이 있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 인터뷰(☎) : 선종문 / 변호사
- "혀를 깨무는 행위가 방위행위가 아니고 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본 게 아닌가 싶고 피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런 것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지난 80년대에도 30대 주부가 성추행범의 혀를 깨무는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 당시 법원은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남성이 혀를 깨문 점 등 여러 정황이 고려돼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MBN뉴스 이성훈입니다. [sunghoo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