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빌려준 통장이 보이스피싱 사기에 휘말렸다면, 통장 원주인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을까요.
대법원이 이에 대한 첫 판결을 내렸습니다.
서정표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통장 하나면 거액을 대출해준다고 유혹하는 통장 대출 사기.
중학교 때부터 소아 당뇨로 병원 신세를 졌던 35살 김 모 씨는 병원비가 늘 걱정이었습니다.
급기야 지난 2011년 9월, 대출을 받으려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통장을 보냈습니다.
▶ 인터뷰 : 김 모 씨 측 지인
- "통장하고, 카드하고 비밀번호를 주면 며칠 안에 원하는 만큼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출은커녕 몇 달 뒤 법정에 섰습니다.
본인 통장이 보이스피싱 사기에 이용된 겁니다.
보이스피싱 사기로 돈을 날린 피해자 이 모 씨는 통장의 원래 주인인 김 씨에게 6백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심은 김 씨가 범죄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지만, 방조 책임이 있다며 3백만 원을 물어 주라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2심은 김 씨가 금전적 이득을 보지도 않았고, 오히려 김 씨도 피해자라고 봤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대법원 역시 범죄를 방조한 과실이 없다며 김 씨 손을 들어주고, 통장에 남은 5천 원만 돌려주라고 판결했습니다.
김 씨는 병을 앓다 대법원 선고를 앞둔 지난해 12월 숨졌습니다.
MBN뉴스 서정표입니다.[deep202@mbn.co.kr]
영상취재 : 이종호 기자
영상편집 : 홍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