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 '모뉴엘'의 1조원 수출 신화 뒤에는 3조원대 사기 대출이 있었다. 국책 금융기관 관계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로비를 벌이고 향응을 제공하며 8억원이나 지출했다. '사상누각' 모뉴엘에게 남은 대출 5500억원은 국책 금융기관은 물론 시중은행들의 손실로 고스란히 전가되게 생겼다.
25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김범기 부장검사)는 대출 사기 및 금품 로비에 가담한 박홍석 대표 등 모뉴엘 전현직 임직원 4명과 현직 한국수출입은행 간부 2명, 조계륭 전 사장 등 한국무역보험공사 전·현직 임직원 6명 등 모두 13명을 기소하고 미국으로 도주한 전 무보 직원 1명을 기소중지 하는 등 모두 14명을 사법처리했다고 밝혔다.
모뉴엘은 홈씨어터 컴퓨터(HTPC) 가격을 100배나 부풀려 수출하고 허위 수출로 발생한 수출대금 채권을 금융기관에 팔아 총 3조4000억원의 대출금을 편취한 혐의다. 모뉴엘은 채권 상환 만기가 다가오면 허위 수출 사실이 적발되지 않도록 다른 대출을 일으켜 일종의 '돌려막기'를 했다.
모뉴엘은 대출 한도액을 상향하기 위해 수은과 무보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으로 금품을 살포했다. 특히 무보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회당 3000만~5000만
고급 유흥주점에서 한 번에 1200만원 상당을 접대하는 등 향응도 제공고 빠지지 않았다. 일부 관련자는 개인적으로 마신 술값도 모뉴엘에게 대납시켰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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