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는 말랐고 댐 저수율은 절반으로 줄었다. 역대 최악의 겨울 가뭄이다. 지난 여름부터 이어진 가뭄은 겨울에도 그칠줄 모른다. 지난해 12월 잠깐 내렸던 눈과 비는 메마른 지 오래됐다. 지난주 주말에 이어 최근 동해안 지방에 비와 눈이 내렸지만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해 겨울 가뭄, 왜 이리 심한 것일까.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26일까지 한달간 서울에 내린 비와 눈의 양은 11.3㎜로 평년(18.3㎜)의 61.7%에 불과하다. 강릉 지역은 16.9㎜로 평년의 38%, 울진 45%, 포항 58%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지난주말 내린 비로 숨통이 조금 트인 셈이다. 28일 동해안 지역에 눈이 많이 내렸지만 이도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많이 모자르다.
올 겨울 강수량이 적은 가장 큰 이유는 시베리아 대륙에서 생성된 차가운 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영향이 가장 크다. 차가운 공기 덩어리는 지난해 말 시베리아 지역에 내린 많은 눈 때문에 만들어졌다. 시베리아지역에는 지난 1967년, 강설량을 측정한 이래 두 번째로 많은 눈이 내렸다. 눈이 햇빛을 반사하면서 차가운 공기가 대륙 상층부에 만들어졌고 세력을 확장하면서 한반도를 포함해 동해까지 뒤덮어버렸다.
일반적으로 눈과 비는 불안정한 기류가 형성됐을 때 만들어진다. 북쪽에서 만들어진 차가운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듯한 공기가 만나는 경계면에서는 수증기가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서 액체로 변해, 눈이나 비가 되어 떨어진다. 김주홍 극지연구소 극지기후변화연구부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발생한 예상 외의 추위와 가뭄 모두 시베리아 지역에서 확장한 차가운 공기 덩어리로 설명이 가능하다”며 "남쪽에 있는 따듯한 공기가 북상해 차가운 공기와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한반도 가뭄 주기가 올해 겹쳐지면서 심한 가뭄이 왔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1777년부터 2006년까지 한반도 강수량을 조사한 결과 한반도에서는 6년, 12년, 38년, 124년마다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2년과 1994년은 12년 주기 가뭄, 1901년과 1939년, 1977년은 38년마다 나타나는 가뭄 영향권에 포함됐다. 다음 38년 주기 가뭄이 바로 2015년. 또한 올해는 124년 주기 가뭄과 38년 주기 가뭄이 겹쳐지는 해라, 더욱 극심한 가뭄이 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가뭄 해소에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 바로 '엘니뇨' 현상이다. 엘니뇨란 페루와 칠레 등 아메리카대륙 쪽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6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높은 상태를 말한다. 이 지역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따듯한 기류가 유입되면 동해안 지역으로 많은 눈이나 비가 내려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엘니뇨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중부·동 태평양 지역 온도가 올라가면 서태평양 지역 기온이 떨어져야 공기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따듯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는데, 올해는 서태평양 지역 기온이 올라가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종성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서태평양 지역 기온이 올라가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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