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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에서는 흔히 ‘철옹성’ ‘통곡의 벽’ 등의 표현을 쓴다. 축구나 농구, 배구 등 구기 종목에서 공격을 할 때 수비를 하는 진용이 막강해 빈 틈이 없을 경우 이런 표현이 사용된다.
국내 음료 시장, 특히 소주시장의 경우도 한때 무소불위 1강 체제에서 2강 구도로 전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한동안 진로소주의 명맥을 이은 참이슬의 독주 체제에서 처음처럼이 탄생하며 조금씩 시장에 개편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어 2011년에 좋은데이가 급부상하며 마침내 2012년에는 알카리수 논쟁이 보태지며 오래 유지된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2강 구도가 허물어 졌다. 이때부터 1강(참이슬) 2중(처음처럼, 좋은데이) 체제가 형성된 것.
여기에 울산과 경남 지역을 본거지로 한 좋은데이를 필두로 한 지역소주들이 지방에서의 영토 분쟁을 거쳐 중앙무대인 서울 및 수도권 공략에 나서면서 최근 소주시장은 미력하나마 춘추전국시대 양상까지 띄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러 문제로 얽혀있는 1강과 2중의 공격·방어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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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매년 2차례씩 ‘주류 시장에 대한 대규모 기획조사’를 실시해 온 마케팅인사이트(대표 김진국)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제 10차 조사의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마케팅인사이트는 지난 3개월간 소주를 마신 적이 있는 소비자 1만3273명을 대상으로 최근에 마신 소주 브랜드로 소주시장의 점유율을 추정했다.
이 결과 대표 브랜드를 중심으로 묶어 본 전국 점유율에서 참이슬(하이트진로)이 과반인 51.8%를 차지하며 독주하는 양상을 나타냈고, 그 뒤를 처음처럼(롯데주류) 18.3%, 좋은데이(무학)가 11.6%를 차지하며 10%대의 점유율을 그렸다. 이밖에 참소주(금복주) 5.3%, 잎새주(보해) 3.9%, C1(대선)이 2.9%로 뒤를 이었다.
4년 전인 2010년을 보면 참이슬 48.9%, 처음처럼 21.4%로 두 전국구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반면, 나머지 회사는 모두 10% 미만의 점유율에 그쳤다. 2011년 좋은데이의 급부상과 2012년 알카리수 논쟁에 따른 처음처럼의 급감은 2010년 13.5%p 차이였던 두 브랜드간의 간격을 2012년 6%p 차이에 불과하게 만들었다. 참이슬·처음처럼과 나머지 브랜드의 2강 8약 구도가 1강(참이슬) 2중(처음처럼·좋은데이) 7약 구도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지난 3년 간의 추이를 보면 참이슬의 완만한 하락세가 두드러진 데 이어 처음처럼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고, C1은 2010년 이후 5.4%에서 2.9%로 2.5%p나 하락하면서 가장 소비자에게서 멀어진 소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소주시장이 점차 지역화가 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1977년 자도주 보호법을 통해 1개 시도별 1개 업체만 생산하고, 50% 점유율을 보호해야한다는 법령이 96년에 폐기되면서 대부분의 자도주가 위기에 몰렸다. 결국 현재까지도 전국구 브랜드인 참이슬은 전국적으로 50%를 넘는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구도가 영호남과 제주 지역을 기반으로 깨지고 있다.
우선 서울·인천·경기 지역은 참이슬이 66.4%를 차지하며 충북(66.9%)과 함께 참이슬 초강세 지역으로 나타났다. 처음처럼은 4년 전에 비해 5.3%p 감소한 29.1%로, 처음처럼의 감소분은 참이슬과 타 지역 소주에게 돌아갔다. 타 지역 소주는 5% 미만으로 미미하나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강원 지역은 자도주 경월을 이어받은 처음처럼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4년간 참이슬과 타 지역 소주의 협공에 밀려 6.7%p의 시장을 잃으며 전반적으로 시장상황이 수도권과 유사한 모습이다.
대전·충남 지역은 참이슬이 57.2% 점유로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자도주의 성장세가 뚜렷한 편이다. 예전의 자도주 선양을 이어받은 오투린은 2010년 26.7%에서 32%로 5.3%p 신장했다.
충북은 참이슬이 66.9%로 초강세이기는 하나 자도주 시원도 25% 내외의 점유율을 보이며 안정적이다.
전북은 참이슬이 과반인 55.2%를 차지하고 있고, 자도주 하이트 소주(20.6%)와 처음처럼(20.2%)이 2위 자리를 놓고 시장의 큰 변화 없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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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은 자도주 잎새주가 63.1%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전국구 1위인 참이슬은 31.3%로 자도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두 브랜드가 94.4%를 차지해 다른 브랜드는 미미하다.
대구·경북도 자도주인 참소주가 52.9%로 과반을 점하고 있고, 참이슬은 39.2%로 선전 중이다. 두 브랜드간의 차이는 2010년 27.4%p에서 그 절반인 13.7%p로 줄어들었다. 참이슬이 약진하며 참소주의 시장을 잠식해 가는 형국이다.
울산·경남은 자도주 좋은데이의 점유율이 82.2%로 전국 각 지역 중 가장 높다. 이는 2010년 58.8%에서 23.4%p 상승한 것으로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이슬 등 여타 브랜드의 점유율 합계가 17.9%에 그쳐 4년 전 41.2%에서 50%이하로 줄어들었다.
부산 역시 자도주 C1이 강세이기는 하나 점유율이 28.2%로 지난 4년간 18.7%p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인근 울산·경남 지역 소주 좋은데이의 점유율이 38.3%에서 63%로 올라 안방이 완전히 잠식당했다. 대부분 지역이 타 지역 소주에게 5% 이상의 점유율을 거의 내주지 않는 상황에서 63%를 차지했다는 것은 경이적인 사건이다.
제주도도 자도주 한라산 및 올레가 65.5%로 타 지역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4년 전 전국 최고의 점유율 89.5%가 최대 폭(24%p)으로 떨어졌다. 한라산의 수요는 대부분(22.6%p)을 전국구 참이슬이 흡수하며 31.7%로 성장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개의 자도주(한라산 및 올레)가 존재하는 제주지역이 어떤 선에서 참이슬의 공격을 저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케팅인사이트 관계자는 “자기 지역의 점유율을 잘 지키고 있는 소주 브랜드와 점유율이 하락하는 브랜드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급박한 경쟁 환경 변화 속에서도 지역소비자와 끈끈한 신뢰를 가져가는 브랜드, 소비자들의 욕구와 변화추이를 잘 읽고 항상 능동적으로 대응해 온 브랜드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부분의 자도주들이 안방을 지키기 위해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