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이 다급하게 은행 위치를 묻는 것만을 보고 보이스피싱임을 파악한 경찰들이 추가 피해를 막은 일이 있어 화제다. 극심한 혼란상태에 있던 피해자가 설득되지 않자, 경찰들은 피해자의 핸드폰을 강제로 빼앗아가며 사기를 막았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6일 강동경찰서 소속 김승수 경위(50)와 동료 형사 2명이 보이스피싱 피해여성을 재빠르게 파악해 추가 피해를 막았다 ”고 15일 밝혔다.
지난 6일 오후 1시 경, 강동구 송내동의 커피전문점 앞에서 차를 마시던 김 경위 등 3명에게 20대 여성이 다가와 가장 가까운 국민은행을 물었다. 길을 물은 이는 인근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이모씨(25)였다. 시종일관 긴박한 표정으로 핸드폰 통화를 하던 이모씨가 은행을 향해 급하게 달려가는 것을 보고 형사들은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김 경위 등은 이씨를 따라 달리며 “보이스피싱 당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으나 이씨는 아랑곳않고 은행으로 내달렸다. 이씨는 이날 오전 10경 사기범들로부터 “당신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사용됐으니, 공범이 아님을 입증하려면 통장 정보를 제출하라”라는 전화를 받고,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통장정보를 모두 기입한 상태였다.
사기범들은 이를 통해 680만원을 인출한 후 “갖고 있는 모든 계좌의 돈을 우리은행으로 이체하라”며 추가 범행까지 시도했다. 이 씨는 지시에 따라 국민은행 계좌 안에 있는 480만원을 추가로 이체하려던 중이었다.
김 경위는 국민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서 경찰 신분증을 제시하며 이씨의 휴대전화를 강제로 빼앗았고, 그제서야 이씨는 사기 당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씨
김 경위는 “정상적인 공공기관은 어디에 가서 어떤 행동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며 “보이스피싱이 갈수록 교묘해져 교육수준이 높고 젊은 사람을 대상으로도 사기가 이뤄지는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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