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1주년···태민이 할머니의 기도

세월호 사고 수습 현장이던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한 할머니가 연신 울부짖었다. 할머니는 “태민아. 할아버지가 니 곁으로 가셨어. 할아버지와 함께 손 잡고 있는 모습 단 한번 만이라도 보여줘”라며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15일 단원고 학생 유가족들이 팽목항을 찾았다. 4·16세월호참사가족대책협의회 등 500여명의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7시 팽목항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서 헌화·분향했다. 이어 팽목항 방파제에서 제사를 지냈다. 커다란 노란 리본 앞에 마련된 단상에는 평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음료, 과일을 올려놓았다.
이후 유가족들은 철부선에 몸을 싣고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배 안 곳곳에서는 “엄마가 미안해”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진실규명 할께” 등 그리움과 분노가 섞인 외침에 들려왔다. 30㎞를 내달려 세월호 침몰 지역임을 표시하는 노란부표가 보이자 유족들은 1년 전 사고 당시를 회상하며 아들과 딸들의 이름을 불렀다. 일부 가족은 넋이 나간 듯 멍하니 바다만 바라봤다.
실종자 허다윤양의 부모를 대신해 사고 현장에 온 이모는 꽃다발을 가슴에 품고 돌아오지 않은 조카를 그리워 했다. “꼭 꺼내줄께. 조금만 기다려. 미안해. 너무 보고 싶어”.
선내 스피커를 통해 “이곳에는 허다윤, 조은화, 박영인, 남현철, 고창석·양승진 선생님, 이영숙님, 권재근님, 권혁규 이렇게 9분이 여전히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들리자 가족들의 통곡소리가 망망대해 바다에 울려퍼졌다. 또 “195명의 희생자가 마지막으로 생명을 보낸 곳입니다”라는 코멘트가 나오자 가족들은 배의 난간을 붙잡고 쓰러지기도 했다.
가족들은 묵념을 한 뒤 실종자의 이름을 한명 한명 외쳤다. 유족들은 미리 준비한 국화를 바다에 던졌다. 정박해 있던 철부선이 경적을 세번 울린 뒤 노란 부표 주위를 선회하자 유족들은 “또 올께”라며 손을 흔들었다. 단원고 희생자 아버지가 “딸 없이는 더 못 살아”라며 바다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그는 “내가 죽어야 세월호가 인양되는 국면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정말 살아있는게 딸에게 죄스럽다”고 울먹였다.
오후 2시30분께 열린 위령제에서 추모사를 한 전명선씨(단원고 사망자 전찬호 아버지)는 “1년전과 똑같은 말을 지금도 하고 있다”면서 “진상규명, 재발방지, 세월호 인양 결정을 아직도 못해 희생자들을 위한 국가와 대통령은 없다”고 한탄했다. 전씨는 일부 희생자와 실종자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른 뒤 “걱정마시고 지켜봐 달라. 기필고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위령제에 참석하기 위해 팽목항을 방문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유족들의 반발로 되돌아갔다. 유 원내대표는 “세월호 인양은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봐도 된다. 곧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면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폐기보다는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진도 = 박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