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 사원은 1년 인턴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된 신입사원이다. 대학 학자금 융자 상환에다 결혼 비용 및 전세금 마련을 위해 목돈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장 사원은 현재 본인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복리후생 대신 현금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풋내기 사원이기에 복리후생 제도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못하는 상태다. 그런데 같은 부서 나레저 과장은 자녀 없이 남편과 맞벌이 생활을 하고 있는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 이라 가장 원하는 복리후생은 여가생활이다. 부부가 함께 하고 있는 취미인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휴가, 여행비, 장비구입, 여행자 보험에 대한 지원과 같은 항목이 중요하다. 다른 직원들이 중시하는 교육비, 의료비 지원항목은 그리 중요치 않다.
이들과 달리 정년을 5년 남긴 고참부장인 박연로 부장은 회사 복지에 대만족이다. 회사 덕으로 아이들 교육까지 다 끝냈고, 이제는 퇴직 후 노후를 준비하는데 온 신경을 쓰고 있다. 몇 년 전 도입한 개인연금제도 덕에 보너스의 일부도 더 적립하고, 세제 혜택도 받고 있어서 너무 회사에 감사하고 있다.
사례를 든 회사에선 모든 직원이 동일하게 혜택을 받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특정 소수에게만 유리한 복지혜택의 비중이 크다. 그래서 장사원, 나과장과 같이 혜택을 누리지 못해 상대적인 피해를 토로하는 직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이 가장 많이 적용하고 선호하는 복리후생은 ‘직원 및 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원’으로 대학생 자녀를 둔 직원, 즉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은 일부 임직원들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수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령대는 물론 문화, 국적, 취미, 삶의 가치 등 현대 기업들을 구성하는 인재들의 배경과 성향이 더욱 다양해 지고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회인식이 확산 되는 만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복지제도의 적용이 시급한 과제로 다가온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에 따라 현재의 복리후생제도 편차를 줄이는 대안으로 최근 선택적 복리후생제도가 크게 주목 받고 있다. 근로자들에게 복지에 대한 선택권을 주어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시작된 이 제도는 여러 가지 복리후생 항목 가운데 근로자가 자신의 형편에 맞추어 원하는 항목을 선택할 수 있는 복지제도이다.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카페테리아 플랜(Cafeteria Plan)이라고도 불린다. 직급에 따라 배당 받는 일정액으로 문화생활 보조비, 자기개발비, 여행비 등 각 개개인의 필요와 편의에 맞는 사용처에서 사용 할 수 있어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선택적 복지후생제도를 택하는 기업들은 동일한 비용으로 각 개인 선호도에 따라 가장 적합한 복리후생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과, 직급, 연령, 근속년수 등 다양한 영역을 강조하는 형태로 복지체제를 설계하면서 회사에서 중시하는 영역을 공동항목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기업은 복지에 대한 선택권과 통제권을 수혜자인 직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변화하는 직원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불평등한 복지제도에 대한 불만으로 기업을 떠나는 우수인력을 잔존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2014년 인력관리 컨설팅회사 타워스왓슨의 지원으로 실시한 영국의 잡지 ‘직원 복리후생지 (Employee Benefits Magazine)’ 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는 선택적 복지제도가 기업 이미지를 높여준다고 답했으며, 비슷한 비율의 응답자들이 이 제도가 재능있는 인재들을 확보하고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답했다. 특히 선택적 복지제도가 가장 뚜렷한 변화를 가져온 부분은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 였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58%는 선택적 복지제도가 직원들의 몰입도를 개선했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2012년 41%와 2013년 53% 에 이어 증가한 것이었다. 업무 몰입도는 실제적 기업 경영 실적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데다, 핵심 인재의 확보 및 유지는 인사 담당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과제인 만큼 이번 조사 결과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복지제도가 단순히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항목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낡은 개념을 버려야 할 시점이다. 결국 우수인재를 관리하는 중요한 도구로 복리후생을 볼 필요가 있으며, 특히 기업들이 우수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할 때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다행히 최근 선택적 복지제도의 높은 효율성을 인식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공기업 뿐만 아니라 삼성과 LG 같은
[타워스왓슨 코리아 김기령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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