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팔려고 계약금의 일부를 미리 받았다가 마음이 바뀌어 받은 금액의 두 배를 돌려주면 계약 해지가 성립될까.
김 모씨(여·64)는 서울 서초구의 H아파트 1채를 11억원에 매수하기로 2013년 3월 25일 주 모씨(73)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일 김씨는 매매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가운데 1000만원을 먼저 송금하고 나머지 계약금은 이튿날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1억원의 계약금 잔액을 지급하기로 한 3월 26일 문제가 발생했다. 아파트를 팔려던 주씨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한 것. 주씨는 매매 대금을 받기로 한 은행계좌까지 폐쇄시켰다. 시세보다 싼 값에 계약했다는 생각에 계약을 무르고 싶었던 것이다.
김씨는 이 같은 사실을 모른채 26일 나머지 계약금 1억원을 보내려다 계좌 폐쇄로 실패하자, 1억원을 수표로 발행해 부동산 중개업소로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주씨의 계약 해제 의사를 전해들었다.
주씨는 계약 해제에 따른 상대방의 피해를 변제하겠다는 뜻으로 받은 계약금의 두 배인 2000만원을 공탁했다. 두 사람이 맺은 계약서에는 “매수인(김씨)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주씨)은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계약상 채무불이행’과 관련해서도 “채무불이행의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되 배상액은 1억1000만원으로 한다”고 돼 있다.
김씨는 결국 상대방의 일방 행위로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김씨가 주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매매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일방이 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받은 계약금(1000만원)’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1억1000만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실제 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해
1심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주씨가 4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같은 취지에서 배상액만 조금 올려 8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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