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냐, 경찰청이냐’
민간조사업법(일명 탐정법) 입법을 둘러싸고 정부 기관 간 감독권한 ‘쟁탈전’이 시작됐다.
불법 심부름센터 등으로 운영되는 민간조사업이 양성화할 경우 막대한 민간조사전문가 면허 및 업체 인허가 권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법조계 사이에서는 검·경 간 ‘수사권 조정’ 갈등에 이어 민간조사업 감독 문제로 경찰과 법무부가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조사업법 선점을 위해 먼저 포문을 연 쪽은 경찰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30일 경찰 출신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윤재옥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민간조사업법 양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패널들은 대부분 경찰 출신 변호사나 대학 교수로 조직 규모나 현장 감독능력 등에서 경찰청이 감독권한을 가져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간조사업 양성화를 위한 입법안은 윤재옥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간보안산업에 관한 법률’이 안전행정위원회에, 같은 당 송영근 의원이 발의한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각각 계류 중이다.
두 법안은 민간조사업의 업무범위로 ▲실종아동·가출인 등 소재 파악 ▲도난·분실·소재불명 물건 파악 ▲의뢰인의 피해확인 및 그 원인에 대한 사실조사를 공통 규정하는 등 내용에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윤 의원 안은 경찰청를 지도감독기관으로, 송 의원 안은 법무부로 명시해 부처 간 쟁탈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립탐정 업체에 대한 인허가는 물론 법 위반 시 영업정지·허가취소·자격취소 등 강력한 행정처분 권한을 갖게 되는 상황에서 국무조정실은 경찰과 법무부 중 어느 기관에 권한을 일임할지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민간조사업이 합법적인 서비스산업으로 재편되면 향후 1만5000명의 새로운 일자리와 1조2700억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는 지난 2월 경찰 출신인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무총리에 오르자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등 반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이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70일만에 자리를 물러나면서 이 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된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경찰 관계자는 “음성적인 심부름센터가 아닌 시장 양성화로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가 윈윈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며 “조직규모 등에서 수 백개에 이르는 민간조사업체들을 관리하기에는 법무부가 아닌 경찰이 적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재
법원·검찰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이에게 법무사 1차시험을 면제해주는 것처럼, 경찰·국가정보원 등 관련기관에서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공무원들에게 민간조사자격 시험을 일부 면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알려졌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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