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대필’ 사건으로 실형을 살았던 강기훈 씨(51)가 사건 발생 24년만에 무죄를 확정받고 누명을 벗었다.
14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는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에서 함께 운동하던 김기설 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노태우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1991년 5월 서강대 본관 옥상에서 분신한 뒤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자살 전 김씨는 옥상에 벗어둔 양복 상의에 2장의 유서를 남겨둔 상태였다. 김씨가 남긴 유서를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강씨의 진술서 필적과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자살방조 혐의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까지 더해 재판을 받은 강씨는 1992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1년 6월의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강씨는 형기를 모두 채우고 만기 출소했다. 출소 후 10년 가까이 지나 잊혀진 사건이 될 때쯤 경찰청은 과거사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이 사건을 10대 의혹 사건 가운데 하나로 포함시켰다.
과거사위는 2005년 12월 “현재까지의 조사결과로 보아 이 사건 유서는 김기설의 필체로 보이고, 국과수의 필적감정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이 아니었다는 의문이 있다”며 “검찰이 미리 유서 대필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불리한 증거를 배척하는 등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이라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나 유서 원본에 대한 필적감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는 결과를 내놓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6년 자체 조사를 거쳐 2007년 11월 “강씨가 유서를 대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과거사위와 같은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강씨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08년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2012년 10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서울고법은 재심 과정에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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