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고객에 “택시비 결제할테니 비밀번호 불러줘요”

서울 서초경찰서는 만취 승객들의 신용카드로 1억원 상당의 현금을 챙기고, 고가의 물품 등을 훔친 택시기사 A씨(54)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35차례에 걸쳐 만취 승객에게 “택시비를 결제해야 한다”며 카드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해 1억1000만원 상당의 현금 등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일례로 A씨는 지난달 10일 오후 11시 30분께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만취해 인사불성이 된 장 모씨(46)를 택시에 태웠다. 택시비 결제를 해야 한다며 카드 비밀번호를 요구하자 장씨는 순순히 비밀번호를 불렀고, A씨는 금융기관 4곳의 현금인출기에서 760만원을 빼낸 뒤, 이튿날 오전 2시30분께 역삼동 도로 앞에 장씨를 내려놓고 그대로 달아났다.
이밖에도 A씨는 깊은 잠에 빠진 만취 승객들의 호주머니를 뒤져 지갑과 스마트폰 등을 빼내고, 고가의 손목시계를 벗겨 전당포에 팔아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훔친 돈의 대부분을 생활비와 도박 자금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피해 금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계좌에 입금된 출처불명의 현금이 2억원에 달해, 미확인 피해자가 많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