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홍준표 경남지사가 정치권에 대형 폭탄을 떨어뜨렸습니다.
과거 국회의원으로 공천받기 위해 수십억 원을 들고 청탁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한 겁니다.
마치 과거 당에서 돈을 받고 공천을 주는 관행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성식 기자 우선 공천헌금이 어떤 성격의 돈인지 설명해주시죠.
【 기자 】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신에 대한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언급한 공천헌금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발언 한 번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홍준표 / 경남지사(지난 11일)
- "공천 심사가 시작되는데 영남 지방의 중진의원인 모 의원이 일요일 새벽에 우리 집을 찾아왔습니다. 내가 직감적으로 이건 돈이라고 봤습니다. 문을 안 열어줬습니다. 9시에 내 국회 사무실로 왔습디다. 와서 5억 줄 테니까 공천을 자기한테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바로 대답을 했습니다. 16대 때 내가 알기에는 20억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근데 17대 때 공천하는 데 왜 5억이냐."
다만, 홍 지사는 피의자 신분이기 때문에 자신의 혐의를 해명하려 한 말을 전부 믿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당시 공심위원장을 맡았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어제(13일) 저녁에 따로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인터뷰 : 김문수 / 전 경기지사
- "실제로 수십억을 가져온 사람들이 제 집안에도 오고 우리 친척한테까지도 찾아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미리 다 저희가 준비해있었기 때문에 그런 모든 유혹, 또는 위협 다 이겨내고 공천에 관해서는 아직 제가 하는 동안에 어떤 잡음도 없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매일 회의할 때마다 혹시 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먼저 그것부터 털어놓고 시작하자…."
김 전 지사와 홍 지사가 공심위에서 활동한 것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이 거셌을 때입니다.
현역의원들에 대한 물갈이가 가시화됐을 시점이라 공천을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비가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질문 】
한 마디로 돈다발을 싸들고 공천을 따내기 위해 쫓아다녔다는 얘기네요.
【 기자 】
30당 20락이라는 얘기를 들어보셨나요?
30억 원을 쓰면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20억 원을 쓰면 낙선한다는 얘기입니다.
예전 신문을 찾아봤습니다.
1992년도면 불과 20여 년 전인데요.
전국구 의원 중에 '헌금공천'이라는 명목이 있습니다.
앞순위는 30억 원 이상, 뒷순위를 20억 원 정도를 헌금으로 냈다는 게 신문에 보도될 정도였으니까요.
대놓고 공천을 주고 헌금을 받는 시절도 있었던 겁니다.
【 질문 】
하지만, 2천 년대 이후에 정치 풍토가 많이 깨끗해졌다고 하잖아요.
지금도 이런 일이 있을까요?
【 기자 】
지난 2008년 18대,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공천헌금을 줘서 문제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18대 때는 서청원 의원이 양정례 의원으로부터 17억 원 등 돈을 받고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 했다가 실형을 살았고요.
또 19대 때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이 공천로비 대가로 당 간부에게 5천만 원을 준 사실이 적발돼 의원직을 박탈당했습니다.
야당도 예외는 아닙니다.
인터넷 방송사를 운영하던 양경숙 씨라고 아십니까?
별로 유명하지 않은 인물인데도 야당 지도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비례대표를 받아 주겠다고 약속해 무려 40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 질문 】
정치권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수십억 원씩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라운데요.
보통 공천헌금은 어떤 식으로, 또 누구에게 주게 되나요?
【 기자 】
일종의 암거래 시장, 블랙마켓이기 때문에 정해진 시스템은 당연히 없습니다.
다만, 당 대표나 공심위원장, 최고위원 등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심 관계자가 당연히 주요 목표가 될 겁니다.
▶ 인터뷰(☎) : 정치권 관계자
- "야당의 경우는 10억 원 정도 얘기가 오가고요. 여당은 더 하겠죠. 경선을 하게 되면 공천헌금보다는 지역구에 그 돈으로 쓰는 경우가 많이 있고, 재보선이나 전략공천 이런 것이 필요한 지역은 공천헌금이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참여정부 이후 오세훈법까지 생기면서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얼굴을 맞대고 돈을 주고받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런 일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대신 공천헌금이 오히려 음성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후원금 쪼개서 내거나 출판기념회를 이용해 평소에 돈을 건네는 방식입니다.
【 질문 】
현재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여야 대표는 모두 공천권을 놓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요?
【 기자 】
사실 현재 여야 지도부 뿐 아니라 최근 몇 번의 총선에서 모든 지도부는 항상 공천권을 놓았다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 지난 18대 총선 때는 친박계가 학살됐습니다.
반대로 19대 때는 친이계 대다수가 공천에서 물을 먹었고, 현재 여당 대표인 김무성 대표 조차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새정치연합도 19대 총선에서 친노가 공천권을 장악했다는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이처럼 공천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입김이 들어갈 여지는 충분히 있다는 것이 여러 정치권
특히 전략 공천이나 비례대표 선출, 경선 시 특정 후보를 배제하는 경우에는 공심위에서 결정해도 최고위원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거든요.
결국 지분나누기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렇게 지도부에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있는 한 돈을 들고 줄을 서 공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