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전남 나주경찰서 박민경 경위(37·여)가 112 신고를 받고 찾아간 나주시 세지면의 한 주택에는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100㎡ 짜리 집과 마당에는 고물과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태어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아기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6남매가 부모로부터 방치된 채 2년 넘게 살고 있었다.
박 경위는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협의해 아이들을 보호시설로 인계했다. 집에 쌓여있던 쓰레기는 나주시청의 도움을 받아 깨끗하게 정리했다. 아이들에겐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박 경위는 “아이들 덕분에 오히려 제가 더 성장한 것 같다”며 “더 열심히 현장 근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경위처럼 일선 사건·사고 현장에서 성실히 일하며 국민의 안전을 지킨 경찰 조직의 숨은 영웅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5일 경찰청은 서울 서대문구 본청에서 강신명 경찰청장 주재로 ‘현장애(愛)영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경찰 내부망에 게재된 모범 사례나 선행 미담, 헌신적 활동 사례 중 동료들의 높은 호응을 받아 ‘영웅’으로 선정된 경찰관 18명과 가족들이 초청됐다.
이날 참석한 충남 서산경찰서 최완재 경사(43)는 경찰시험에 13번 떨어진 끝에 2001년 임용된 늦깎이 경찰이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형사였다. ‘서산 발발이’로 알려진 상습 성폭행범을 붙잡은 것은 물론, 2012년 서산 엽총 살인사건 당시에는 총탄에 중상을 입고도 끝까지 범인을 추격해 붙잡기도 했다.
병마조차 그런 최 경사를 현장에서 물러나게 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2013년 9월 신장암 3기, 2014년 4월 신장암 4기 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한 열정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다. 최 경사는 “형사로 현장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며 “주변 동료들이 걱정을 많이 하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국민의 경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충남 부여경찰서 최상 경사(42)는 자기 몸을 던져 학생 150명의 목숨을 구해냈다. 그는 올해 1월 충남 공주의 한 국도에서 국토대장정을 하던 학생 150명을 에스코트하다가, 갑자기 돌진해 온 14t 덤프트럭을 순찰차로 가로막아 대형사고를 막았다. 경기 분당경찰서 최준우 경장(37)은 지난 3월 7m 다리 아래로 추락한 차량에서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맨몸으로 부상자를 구출해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됐다.
강신명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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