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격리자가 1,300명을 넘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격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확진자도 30명으로 늘었습니다.
사망자는 2명이지만, 3명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여서 추가 사망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초등학교 200여 곳이 휴교나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고, 국민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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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학교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겠다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큽니다.
▶ 인터뷰(☎) : 경기도 평택 00어린이집 관계자
- "아이들이 아무래도 불안해서 가정에서 데리고 있는 부모들이 많죠."
▶ 인터뷰 : 정지경 / 서울 다산동
- "어린이집 보내는 게 많이 불안하기도 하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가정보육도 생각하고 있어요."
인터넷에는 근거 없는 괴담이 돌고 있습니다.
바셀린 로션을 코 밑에 바르면 메르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전문가 말을 들어보면 더 위험합니다.
바셀린 로션은 콧털을 뭉치게 만들어 미세먼지나 바이러스 필터 역할을 하는 콧털의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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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바셀린 로션을 김치국물에 찍어서 바르면 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정말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은 메르스에 잘 감염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낭설입니다.
격리자나 감염자가 대부분 어른인 것은 최초 감염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어른이었기때문에 아이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메르스에 강한 면역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가족 간 전염률이 낮다는 말도 근거 없습니다.
격리자 가운데는 자가격리자가 많은데, 밀착접촉을 할 경우, 그러니까 수건이나 식기를 같이 쓸 경우 침을 통해 전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따라서 자가격리자가 있고, 증상이 있을 경우 더 엄격하게 생활해야 합니다.
인천에서는 인천상륙작전을 빗대어 메르스가 인천에 상륙했다며 불안한 글이 떠돌고 있습니다.
울산에서는 서울에서 환자를 받아주지 않아 울산으로 왔다는 소문과 어느 대학병원에서 3분마다 메르스 환자가 입원하고 있다는 괴담이 돌고 있습니다.
의료진이 메르스 환자 진료를 피하려고 가위바위보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모두 근거없는 헛소문이지만, 그럴 듯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충주에서는 한국자활연수원을 집단격리시설로 지정하는 것에 마을 주민이 반대해 마을 길목을 지키고 있습니다.
왜 다른 지역에서 발병한 메르스 격리자를 충주 지역으로 데려오느냐는 겁니다.
동탄에서는 버스 기사가 메르스에 감염됐다며, 특정 버스를 타지 말라는 글도 돌아다닙니다.
모두 과도한 국민 불안입니다.
사태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안타깝게도 상황을 이 지경까지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정부 당국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오후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었습니다.
과거 2003년 사스가 창궐할 때 당국이 초기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철저하게 방역했던 것과 너무나 대비됩니다.
▶ 인터뷰 : 고건 / 국무총리(2003년 4월 28일)
- "사스 의심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초기에 대응 조치를 철저히 하도록 국무총리 특별 지시를 시달한 바 있습니다."
▶ 인터뷰 : 이재오 / 새누리당 의원
-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첫 번째 환자가 죽는 날 청와대는 뭐했습니까?"
지난해 세월호 사태때 박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를 받지 못하고, 정부는 컨트롤타워 없이 우왕좌왕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당국은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과 격리시설 위치를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혼란을 초래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 정도가 되면 오히려 공개하지 않는 것이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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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여론의 82%는 발병 지역과 병원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고 합니다.
▶ 인터뷰 : 인천 시민
- "공개는 해야 한다고 봐요. 부작용도 있겠죠. (불필요한) 불안감에 대한 우려도 있겠지만 알아야 대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정부 힘으로 방역을 할 수 없다면, 국민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메르스 사태가 위험한 것은 병균 자체의 위험성보다는 그것이 가져올 무정부적 상태입니다.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 경제가 위축되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그 무엇보다 큰 재앙입니다.
괴담 유포자를 찾아내기보다, 언론에게 차분히 보도할 것을 주문하기 보다 불안한 국민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격리자가 수백명 씩 늘어나는데도 그저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만 하는 것은 당국이 취할 자세가 아닙니다.
공개할 것은 공개하고, 국민 도움을 요청할 것은 요청할 때입니다.
필요하다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합니다.
▶ 인터뷰 : 유승민 / 새누리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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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