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감염병 예방법으로 알려진 손씻기 장려캠페인이 보건당국 정책에서 슬그머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 2015년 메르스 등 전염병 ‘팬데믹’(대유행) 공포가 6년 마다 엄습하며 국민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국민보건정책은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4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2005년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의사협회가 공동으로 발족한 ‘범국민 손씻기운동본부’는 운영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지난해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씻기 본부는 지난 10여년간 올바른 손씻기 방법, 홍보 포스터 게재 등 각종 대국민 위생 의식 제고 활동에 나섰지만 현재 모든 사업이 중단됐고 현재는 홈페이지도 폐쇄됐다.
범국민손씻기운동본부 홈페이지(www.handwashing.or.kr)에는 ‘2014년 사업 중단 및 홈페이지 폐쇄 안내’를 통해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한 예산확보의 어려움으로 2014년 사업을 부득이 중단하게 되어 홈페이지를 폐쇄했다”고 공지했다. 따라서 예산지원이 끊긴 점이 사업중단의 이유임을 짐작케했다. 하지만 의협측은 지원예산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의협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 손씻기 운동이 왜 중단됐는지 이슈화하는게 적절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유엔(UN)이 2008년에야 ‘세계 손씻기의 날’을 정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상당히 앞선 정책이지만 보건당국이 이같은 기초적인 안전 캠페인조차 유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시는 1990년대부터 ‘1830 운동’(하루 8번 30초씩 손씻기)을 전개하고 있지만, 조리사·영양사 등 외식업계와 학교로 대상이 한정됐다.
반면 잇딴 감염병 사태에 유엔(UN)은 2008년 ‘세계 손씻기의 날’(매년 10월15일)을 제정해 글로벌 캠페인으로 전개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손씻기를 ‘가장 효과적인 감염 예방법’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강철인 성균관대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가 비말(타액) 접촉에 의해 전염되기 때문에 손만 잘 씻어도 중간 전염고리가 없어진다”며 “손씻기는 가장 경제적인 메르스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보통 한쪽 손에만 약 6만마리 세균이 있어 질병 60%는 손을 통해서 전염된다는게 통념이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과거 운전할 때 안전벨트를 메면 ‘촌스럽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꾸준한 캠페인 활동으로 이제 대부분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하게 됐다”며 “기본위생 부족이 자기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의식을 높이려면 이같은 장기 활동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번 손씻는 것을 놓고 ‘유난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데, 손 씻는게 기본이라는 사회적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커진다면 이같은 인식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매경이 취재에 들어가자 의사협회 관계자는 “메르스로 손 씻기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며 “좋은 취지 운동이니 재개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학생과 외식업체 종사자들에 집중했던 손씻기 캠페인을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잡겠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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