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사범 숨을 곳 없다’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된 서울남부지검이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를 저지르고 장기 도피 중이던 증권사범을 무더기로 검거해 재판대에 세웠다. 검찰은 증권사범들이 수사망을 피해 숨어 있다가 다시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보고, 지명 수배자 가운데 주범격에 해당하는 악질 사범들을 우선 선정해 집중 검거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김형준 부장검사)은 주가조작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뒤 장기 도피중이었던 증권사범 11명을 검거해 10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상태로 수사중이라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주가조작 사범들이 범행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 도피자를 그대로 두면 자본시장 교란행위가 지속할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3월 ‘증권사범 집중검거반’ 2개 팀을 조직했다. 검찰은 재범 우려가 큰 검거 대상자를 1차로 선별한 뒤 3개월에 걸친 집중 단속을 통해 코스닥 상장회사 실질 사주 2명, 대표이사 1명 등 경영진과 속칭 ‘주포’로 불리는 시세조종 전문가 8명 등을 잡아들였다.
주가조작 사범들은 대규모 부당이득을 챙긴 뒤 적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도피 행각을 벌였다. 법망의 추적을 피하려고 여러 개의 ‘대포폰’을 수개월 간격으로 교체하는가 하면 얼굴이 비슷한 동생의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면서 신분을 숨기기도 했다.
이번에 구속된 토자이홀딩스 전 실질사주인 하모(47)씨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총 4409회에 걸쳐 시세조종을 통해 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하씨는 동생의 신분증을 소지하고 동생 행세를 하면서 약 2년간 도피생활을 했지만 지난 4월 붙잡혔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였던 글로스텍의 실질사주인 주모(43)씨는 개인채무 변제 등을 위해 회사자금 약 20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씨는 역시 피의자심문 불출석 이후 약 2년간 도피생활을 했지만 지난 6월 검거됐다.
주가조작으로 얻은 부당이익으로 고급 호텔에서 지내며 호화 생활을 해오다 구속된 사례도 있었다.
쌍방울과 관련한 주가조작 등 모두 11건의 시세조종을 주도한 정모(33)씨는 지난 2년간 고급호텔에서 지내면서 수시로 골프를 치는 등 호화생활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집중검거반은 통화내용 분석 등을 토대로 위치를 추적하고 장기간 잠복한 끝에 도피중이던 증권사범들을 연달아 체포했다. 검찰의 추적이 시작된 이후 공범들이 검거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심리적인 압박을 느껴
검찰은 집중검거반을 지속해서 운영해 도피중인 증권사범에 대한 추적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집중검거반을 상시 운영해 ‘금융 증권범죄 사범은 끝까지 추적해 검거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자본시장에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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