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근 일병 사건, 결국 자·타살 여부는 미궁속으로
↑ 허원근 일병 사건/사진=연합뉴스 |
대법원이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인 '허원근 일병 사건'에서 국가가 유족에 3억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다만 현재 남은 자료로는 허 일병의 사인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다며 허 일병의 사망에 대한 배상책임은 기각하고, 사건 당시 부실수사를 한 군 당국의 책임만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법원 2부는 10일 허 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처럼 '수사기관의 부실조사로 지난 31년간 고통받은 유족들에게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허 일병이 다른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가 자살했다고 단정해 타살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헌병대가 군수사기관으로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허 일병의 사망이 타살인지 자살인지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됐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강원도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던 허 일병은 1984년 4월2일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군은 자살로 발표했지만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허 일병이 타살됐고, 군 간부들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전혀 다른 조사결과를 내놨습니다.
이에 군은 재조사를 거쳐 의문사위 조사 결과가 날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기 의문사위원회도 다시 타살이라는 결론을 내놓으면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허 일병의 유족은 2007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10년 1심 재판부는 허 일병이 타살된 것으로 판단해 국가가 유족에게 9억2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 8월 항소심 재판부는 타살이 아닌 자살이라고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허 일병과 신체 조건이 비슷한 사람이 M16 소총으로 흉부와 머리에 총상을 가하는 자세를 취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항소심은 M16 소총으로 복부와 머리를 쏴 자살한 사례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형태의 자살이 드물기는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허 일병의 죽음은 다시 '의문사'가 됐습니다.
허 일병의 유족은 선고 직후 대법원 앞에서
허 일병의 아버지는 "군이 확인사실을 해놓고 자살로 꾸며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자살이지 타살인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은채 당시 수사기관의 잘못만을 인정한 이번 판결로 허 일병 사건은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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