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동안 한 동네에 함께 살았던 이웃 노인들을 상대로 8억원 규모 곗돈을 모은 뒤 도망간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김모(59·여)씨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서대문구 홍은동 일대에서 2013년 6월과 12월에 각각 1개씩, 총 2개의 ‘번호계’를 만든 뒤 노인 40여명을 계원으로 모집해 그중 20명에게서 모은 곗돈 8억원을 가지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번호계란 계원들이 매달 일정액을 내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목돈을 받는 방식이다. 후순위로 갈수록 이자가 붙어 결과적으로 더 많은 금액을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곗돈을 받을 순서가 된 계원에게 “급하게 돈을 먼저 타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순위를 뒤로 미루고 이자를 더 받으라”고 꼬드기는 수법으로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자신이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운영하면서 생긴 대출 이자와 개인 채무 등을 갚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여러 사람의 곗돈 지급일이 미뤄진 것을 수상히 여긴 계원들이 지난 3월 자신을 경찰에 고소하자 다음 달 종적을 감췄다가 지난 9월 10일 검거됐다.
피해자들은 같은 동네에서 20여년간 함께 살아 친분이 쌓인 김씨를 믿고 곗
김씨는 곗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음에도 도피 직전까지 계모임 날이 되면 꼬박꼬박 출석해 계원들에게 밥을 사면서 안심시켰다고 경찰은 전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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