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앞둔 며느리 몰래 손녀와 미국행 할머니 '무죄'

【 앵커멘트 】
아들 부부가 이혼소송 중인데 며느리가 돌보던 손녀를 몰래 아들이 있는 미국으로 데려간 할머니가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김건훈 기자입니다.


【 기자 】
미국 영주권자로 국내에 머물던 59살 여성 최 모 씨.

지난해 5월 강원도 춘천에서 5살 손녀 유 모 양을 만났습니다.

당시 아들 부부는 이혼소송 중이었고, 손녀는 며느리와 사돈이 맡아 돌보고 있었습니다.

최 씨는 사돈에게 "점심을 먹이고 다시 보내겠다"며 손녀를 불러내 차에 태우고 곧장 서울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고는 미리 끊어놓은 미국행 비행기에 손녀를 태우고 출국했습니다.

"아내나 처가에 알리지 말고 딸을 미국으로 데려와 달라"는 아들의 부탁 때문이었습니다.

뒤늦게 딸이 돌아오지 않은 걸 안 아이 엄마의 신고로 결국 '국외 이송 약취'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진 할머니 최 씨.

국외 이송 약취죄는 유죄가 인정되면 2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지는 중범죄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폭행이나 협박 등 불법적인 힘을 썼다고 볼 수 없고, 할머니에게 이끌려 미국으로 간 아이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아이 엄마와 사돈이 직업 때문에 양육이 힘들어 아이가 주로 인근의 낯선 친척집에서 지낸 것 역시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이혼소송에서도 아이의 양육권은 아빠에게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N뉴스 김건훈입니다.

영상편집 : 최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