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 다단계 사기 행각을 벌인 조희팔(58)씨가 살아 있다면 중국 대도시 호화주택에 숨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사정에 매우 밝은 경찰 출신의 이모(54)씨는 1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조씨의 사망 가능성을 의심했다.
이씨는 대만에서 3년간 유학하고서 1990년대부터 세 차례, 모두 10년간 주재관으로 중국에서 근무한 ‘중국통’이다.
이씨는 “조희팔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망 근거에 신빙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망신고가 안 된 것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생존해 있다면 중국 대도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씨는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신고 정신이 강한데 한국인이 없는 소도시에 가면 금방 노출된다”며 “대도시가 외국인 은신에 안전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수배를 받자 출국한 정명석 JMS 교주도 중국 대도시에서 체포했다고 전했다. 정 교주는 광저우에 고급저택단지에 숨었다가 붙잡혀 국내로 압송돼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조희팔의 2인자’로 통하는 강태용(54)이 중국 공안에 붙잡힌 곳도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다.
우시시는 우리 대기업이 많이 진출한 곳으로, 한국 학교가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이씨는 대도시 고급주택에 숨어 외부와 교류 없이 지내면 30년이라도 은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고급주택은 경비가 삼엄해 경찰도 잘 못 들어간다”며 “조씨가 권총까지 들고 다닐 정도로 경계심이 극도로 강해 노출이 잘 안 된다”고 부연했다.
조씨의 유족이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점에 이씨는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유족의 설명이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피해자들이 데모할까 두려워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신고하면 유족이 되레 홀가분해졌을 것이다. ‘조희팔이 죽어 우리와 관계없다’고 하면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망신고도 안 했는데 장례식을 동영상까지 찍어 조씨가 죽었다는 것을 알리려 했겠느냐”는 반문도 했다.
사망 미신고는 돈 문제와 관련돼 있을 것으로 이씨는 판단했다.
조씨가 범죄 수익금을 다양한 형태로 숨겼을 것이고, 사망신고가 되면 재산처분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컨대 남의 이름으로 재산을 숨겼다면 사망자와 차명자간 약정서나 근거 서류가 있어도 차명자가 반환을 거부하면 소송절차를 거쳐야 해당 재산을 확보할 수 있다.
조씨를 추적하려면 주변인물부터 탐문을 시작하되 측근이 아닌 인물을 수사하라고 이씨는 충고했다. 주변인물 가운데 돈 분배 문제 등으로 조씨에게 섭섭한 감정을 느끼는 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조씨가 살아 있다면 잡을 수 있다. 지구 끝까지 뒤져서라도 찾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해결이 된다”고 주문했다.
한편, 경찰은 2012년 조씨의 사망 여부를 조사할 당시 중국 측이 매우 비협조적이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당시 수사라인의 고위 관계자는 “사망을 확인하려고 중국 공안과 여러
국내에서 검찰과 경찰 등에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벌였던 조씨가 중국 공안 등 유력 인사들도 매수했을 가능성을 의심해 볼만한 대목이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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