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을 촉발하며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에 대해 법원이 “해당 문건은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며 유출자로 지목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53)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15일 청와대에서 생산·보관된 대통령기록물 17건을 무단 유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된 조 전 비서관에 대해 “대통령기록물 반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관천 전 경정(49)은 징역 7년과 추징금 434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 전 경정 역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인정됐으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뇌물수수 혐의 등은 유죄로 판단됐다.
조 전 비서관과 박 전 경정은 2013년 6월~2014년 1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서 등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 측(57)에 수시로 건넨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다.
재판의 쟁점은 유출된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되는지, 그 내용을 직무상 비밀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해당 문건은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 동향(일명 정윤회 문건)’, ‘VIP 친척 등과의 친분과시자 동향보고’ 등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에 대한 내용이다. 이 중 ‘정윤회 문건’은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 등이 박 회장을 이용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목적으로 이같은 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출된 문건은 대통령 직무수행을 위해 작성된 것이 맞다”면서도 “(민정수석비서관실 등 상부에) 보고가 완료된 전자문서를 추가로 출력하거나 복사한 것에 불과해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본이 별도로 존재하고 원본과 전자파일을 보존할 수 있는 상태라면 추가 출력본이나 복사본을 대통령기록물관에 이관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할 필요성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보좌기관의 보안 문제는 대통령기록물법 처벌 규정 확대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해당 기관의 보안을 강화해서 해결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 유출된 문건의 내용은 비리 사실이나 개인 사생활이 담겨 있고 유출시 대통령비서실의 감찰기능이 위협받은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의 지시로 이같은 공무상비밀이 박 회장에게 전달된 것은 “법령에 의한 직무수행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서실장 교체설’ 문건 등 일부에 대해서는 박 경정이 조 전 비서관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보고 유죄로 인정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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