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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명예교수의 자리를 박차고 국립기상과학원 수치모델연구부장으로 파격 행보를 보인 이동규 박사 |
그의 결단에 모두가 놀랐다. 기상청도 아닌, 산하기관 연구부장 자리를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심지어 선임기관인 기상청 국장, 본부장 자리에는 그의 제자들이 줄줄이 포진해 있었다.
한국 기상학계의 큰 별인 이동규 박사(70)의 최근 행보가 관가는 물론 학계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동규 박사는 서울대 기상학과 명예교수 자리를 접고 과감히 국립기상과학원 수치모델연구부장(고위공무원단 나급·2급 상당)으로 옮긴 배경에 대해 2일 매일경제와 만나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 2020년까지는 실용화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과학원의 연구부장 자리를 받아들인 겁니다.”
1982년부터 서울대 교수를 지냈고 기상청장을 하고도 남는 인물이라는 그가 일개 연구부장 자리로 옮기겠다고 하자 가족들도 반대했다. “나이 70에 공직생활을 시작하는 것과 건강에 대한 우려로 아내와 아이들이 반대했어요.”
그러나 일주일간 계속된 가족회의 끝에 아내를 설득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자리에 적임자가 없고 국가에서 필요로 한다면 해보자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가족들을 설득한 끝에 아내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수치모델연구의 국내 선구자이며 최고 권위자다. 미국에서 수치예보모델을 공부한 뒤 슈퍼컴퓨터 없이 사용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미국에 역수출하기까지 했다. 그가 창안한 모델은 슈퍼컴퓨터를 구하기 힘든 동남아시아 등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수치모델연구부장의 최적임자로 그를 꼽아 삼고초려를 한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그 역시 인사혁신처가 자신에게 수치모델연구부장 자리를 제안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인사혁신처에서 찾아와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외국 인사를 추천했는데 그 분들이 못 오거나 안 올 수 있다고 귀띔했었어요. 그런데 인사처에서 사실 처음부터 제가 목표였다고 털어놓더라구요. 그 때는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아직도 주변에서는 “연륜과 경험에 비춰볼 때 적절한 지위는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박사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평소 종교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그는 “나이가 들수록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그는 “명예교수들의 연륜과 지식을 국가에 이바지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그 길을 걸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앞으로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외국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그는 “일찌감치 수치예보가 발달한 일본과 넓은 대륙을 바탕으로 폭 넓은 연구를 실시하는 중국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독자적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치예보 중에서도 광장히 어렵다고 하는 재해예보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일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 박사는 “아내가 끝까지 반대했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
[정슬기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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