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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매경DB] |
수능이 도입되기 전 ‘선지원 후시험 방식’으로 학력고사를 치르던 시절에는 대학에 ‘붙느냐 마느냐’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단연 잘 붙으란 의미의 엿과 찹쌀떡이 인기였다.
이때 대학 합격기원 선물의 효시가 된 엿과 찹쌀떡은 1993년 선시험 후지원 방식의 수능이 도입된 후에도 오랜 기간 왕좌의 자리를 지켰다. 지금도 가장 즐겨 찾는 ‘스테디셀러’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재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 속속 등장했다. 문제를 잘 풀라는 의미에서 화장지를 선물하기도 하고 문제와 정답을 잘 보라는 뜻에서 거울·돋보기를, 답을 잘 찍으라고 포크를 주기도 했다. 젖 먹던 힘까지 내라는 뜻의 젖병도 선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기능성 상품이 새로운 합격 기원 상품으로 떠올랐다. 기분 전환과 집중력 향상을 위한 아로마 향초, 건강관리를 위한 비타민제, 수능 당일에 쓸 수 있는 손난로 등이다. 사회적으로 웰빙 바람이 분 것도 건강기능식품과 비타민 등의 열풍에 한몫했다.
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수능 당일 모든 수험생에게 샤프펜슬을 일괄 지급하면서 이와 동일한 ‘수능 샤프’를 미리 선물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새에는 입학을 원하는 학교와 관련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설치됐다는 일명 ‘서울대 독서등’, 고려대 교수와 학생들이 만든 ‘고려대 독서대’와 같은 고득점 기원 학습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5일 온라인 쇼핑사이트 11번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8월~10월) 동안 서울대 독서등의 매출은 이전 3개월(5월~7월)보다 336%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대학 이미지가 인쇄된 일명 ‘SKY 노트’ 매출은 472% 급증했다.
고려대 교수와 기계공학과 학생 등이 함께 만든 ‘고려대 합격 독서대’ 매출은 30% 늘었다.
11번가 관계자는 “수능을 앞두고 평소 입학을 바라던 대학과 관련된 제품이 인기”라며 “마치 그 학교 학생이 된 것 같은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어 시험 스트레스가 큰 수험생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인터넷 및 모바일 쇼핑족(族)이 늘어나면서 합격기원 선물의 판도도 바뀌었다. 찹쌀떡과 엿 등을 실제 제품으로 구매하는 대신 온라인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E-쿠폰 구매자가 늘어난 것. 수능을 열흘 정도 앞둔 지난 달 28일부터 3일까지는 E-쿠폰 매출 분석 결과, 호박엿, 찹쌀떡 같은 선물세트를 매장에서 교환할 수 있는 ‘베이커리 E쿠폰’ 매출은 전월 대비 35% 증가했다.
수능
대학 합격 부적 로고가 붙은 ‘합격 향초’, 잘 찍으라는 의미의 ‘도끼 볼펜’ 같은 제품 등은 시대를 막론하고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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