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교육·출판업체 A사에서 초등학생 방문관리교사(학습지 교사)로 일하던 조 모씨(38·여)는 요즘 방 한 켠에 높다랗게 쌓여 있는 A사 초등학생용 도서전집 때문에 고민이 많다. 영업력에는 한계가 있는데, 지국장은 매일같이 도서전집 판매를 닦달해 결국 본인 돈으로 30만원이 넘는 도서전집을 2~3세트씩 구매했기 때문이다.
교육·출판업계 영업 관행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학습지 교사들을 ‘방문관리교사’라는 이름으로 고용해 한달에 3만~4만원 수준인 학습지는 물론 100만원이 넘는 도서전집을 강매로 떠넘기고 있다. 거액의 전집을 팔아야 관리교사가 될 수 있는 회사 방침 속에서 학습지 교사들은 본인 지갑에서 거액을 지출해야하는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사에서 정규직 관리자로 일했던 오세곤(32·가명)씨는 “방문관리교사들이 1년을 버티기 힘든 구조”라고 전했다. 그는 “다단계식 영업구조로 인해 지국장은 지구장을, 지구장은 방문관리교사들을 심하게 압박한다”며 “반(半)강제적으로 관리교사들에게 강매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본인 돈으로 한꺼번에 1000만원 어치 도서전집을 울며 겨자먹기로 구매한 관리교사도 있었다는 게 오 씨의 증언이다.
방문관리교사로 시작해 오랜기간 영업능력을 인정받아 지국장 자리까지 올랐던 김소희 씨(46·가명)도 기자와 얘기하면서 “철저하게 능력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김 전 지국장은 “(방문관리교사가) 관리 교육을 잘하면 부모님들이 알아서 책을 더 많이 사려한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영업력이 떨어지는 교사들에게는 일부 지국에 한해 강매 압력이 가해진다”고 인정했다.
보통 한 전집이 6개월~1년용으로 구성되는데, 이 기간을 채운 뒤 재구매를 유도해내지 못하면 교사 본인 돈으로 전집을 구매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 방안에 도서전집을 가득 쌓아둔 방문관리교사 조씨 사례처럼 1년 만 채우고 참다 못해 관리교사직을 그만두는 이들이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방문관리교사를 상대로 다단계식 영업을 강요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당국의 대처는 아직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업체들은 “영업활동에 대해 선생님들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고 부인을 하고 있다. A업체측은 “방문관리교사로 등록을 하면 전집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며 “이에 주로 자녀를 둔 어머님들이 방문관리교사로 등록을 한 후, 자녀에게 전집을 사주거나 아는 지인에게 선물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방문관리교사가 본인의 돈으로 전집을 구매하는 게 실적 압박 때문이 아니라는 반박이다.
회사측이 고객 미납 수업료를 교사 월급에서 공제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계약서상 고객들에게 수업료를 받아내는 것은 교사들의 ‘역할’로 규정돼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노무사 출신 박종인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학습지·출판 업체들은 대게 방문관리교사들을 근로자로 판단할 만한 요소를 다 제거해 계약서를 설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문관리교사들이 실제로는 근로자와 다를 바 없음에도 법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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