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현행 상속법 탓에 유언장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습니다.
4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상속법을 현실에 맞게 손질하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규해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말도 없이 이민 간 부모에게 관심이 없는 장남'
아들에게 재산을 한 푼도 물려주지 말라고 했던 아버지의 이유가 담긴 한 메모입니다.
아버지 입장에선 괘씸하지만, 이 아들은 소송 끝에 재산 일부를 넘겨받았습니다.
문제가 있는 자식이라도 차별 없이 재산을 나눠주도록 한 현행 법 조항 때문인데,
과거 가부장적 문화의 폐단을 막으려고 만들어진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아들 선호사상이 깊던 시절 딸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거나, 둘째 부인에게만 재산을 넘기면서 가족 내 불화가 잇따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들·딸 차별이 없어지는 등 최근 달라진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욱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유언장조차 무용지물인 부작용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녹십자의 고 허영섭 회장은 보유 주식을 복지단체 등에 기부했지만, 아들이 소송을 내면서 주식 일부를 되찾아 갔습니다.
▶ 인터뷰 : 김재형 / 변호사
- "재산을 사회단체에 기부하거나 효도한 자식에게 물려주겠다고 유언해도 법정상속권을 이유로 다시 반환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가정 내 약자 보호라는 순기능에도 불효자의 권리마저 보호하는 모순이 발생하면서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규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