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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테러 사건으로 국내 무슬림 신자들도 깊은 애도와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16일 서울 한남동 무슬림사원을 찾은 한 신자가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
애도와 분노의 감정은 한 뿌리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지난 13일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 공격이 가져온 충격과 분노, 애도의 마음은 프랑스인 밀집지역인 서래마을은 물론 한남동의 이슬람 사원 일대에서도 한껏 묻어났다.
16일 오전 10시 한남동 한국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은 깊은 정적과 침묵만이 감돌았다. 중앙성원의 이주화 이맘(종교지도자·51)은 집무실에서 고개를 떨구며 말을 아꼈다. 국내 25명의 이맘 중 유일한 한국인인 이 이맘은 “교단의 입장이 나오지 않아 사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면서도 “이슬람이라는 이름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숨졌다는 게 안타깝다”며 참담해 했다.
“이슬람의 근본 교리 어디를 보더라도 무력과 폭력에 의한 선교는 없어요. 꾸란(코란)에서는 ’선한 사람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인류 전체를 죽이는 것‘이라 말하고 있어요. 절대 있어서는 안될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그는 특히 IS를 지목하며 “진정한 이슬람 신자라면 살인을 할 수가 없다. 테러 단체는 종교적인 것과 무관하게 정치적 목적이 있다”며 “(IS 소속원들은) 무슬림이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담한 심정은 일반 무슬림 신자도 한결 같았다. 무슬림이 많이 사는 한남동 우사단길에서 만난 말레이시아인 H모 씨(41·무슬림)는 “세계 모든 무슬림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말레이시아 출신 무슬림 이그람 씨(21)는 취재진에 “IS는 서방국가의 적이 아닌, 전 세계의 적”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무거운 목소리로 무슬림 사회 전체가 테러 집단으로 오인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런 안타까운 심정을 반영하는 듯 우사단 길은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 이곳 아랍 음식 전문식당들에 따르면 프랑스 테러 사태로 지난 주말부터 거리 유동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한 이슬람 식당 관계자는 “거리 자체가 초상집 분위기”라며 “파리 테러로 희생당한 시민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충격이 큰 것 같다. (계속 유동인구가 줄면) 장사가 걱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 무슬림들이 운영하는 우사단길 내 상당수 식당과 제과점이 이날 오후까지도 문을 열지 않고 있었다. 이슬람 사원을 중심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선사하며 젊은이들에게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대접 받는 곳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어쩌다 마주친 무슬림들의 표정에서는 취재진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이슬람사원 일대 관할인 한남파출소 관계자는 “IS쪽에서도 한국을 십자군의 하나로 지칭하는 등 테러의 청정지역으로 볼 수 없다”며 “관내에 위치한 대사관과 우사단길의 순찰과 검문검색을
국내 국내 무슬림 인구는 13만5000명으로 이 가운데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무슬림이 10만명이고, 나머지 3만5000명은 한국인으로 추정된다. 서울중앙성원은 예배 의식 등을 통해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향휘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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