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청주의 남자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한 여성 교사는 정년을 4∼5년 남기고 명예퇴직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거칠어져 지도하기가 힘들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교사는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며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거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등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는 표현은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의 교권 침해 행위는 예삿일이 됐습니다.
18일 충북도교육청이 충북도의회에 제출한 2015년도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부터 최근까지 도내에서 80건의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학교별 교권보호위원회와 선도위원회를 거쳐 특별교육, 교내봉사, 사회봉사, 출석정지, 전학, 자퇴 등 해당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확정된 사안입니다.
거의 중·고교에서 일어난 이들 교권 침해 사례를 보면 교사지도 불이행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습니다.
교사에게 폭언·욕설을 하거나 무례한 행동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폭행도 4건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교사 몰래 촬영, 여교사 화장실에 들어가 사진 촬영 시도, 담임 교사에게 성희롱적인 내용이 담긴 쪽지 작성 등 행위로 징계를 당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도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폭언과 욕설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과거 교권은 절대 '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세상이 변해 학생 인권과 학부모 교육 참여권도 중요 가치로 자리잡으면서 문제 학생들이나 일부 학부모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일이 벌어지게 됐습니다.
교단에 여성 교사들이 늘어나는 것도 교권 침해 사례 증가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마구잡이 체벌 등 교권 남용, 촌지 문화, 일부 학생 편애 등 과거 사도(師道)를 저버렸던 행태들이 교권 실추를 잉태한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립니다.
교권 침해는 사랑과 사명감을 가지고 제자들을 가르쳐야할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이들에게 '스승'이 아닌 '직장인'이라는 자괴감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도교육청은 학생 인권, 학부모 교육권, 교권을 조화롭고 균형 있게 보장하고 모두 행복한 충북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공
또 교권 보호를 위해 교권 침해 대응 매뉴얼 제작·보급, 교직원 힐링 프로그램 운영, 가해·피해자 치료 및 상담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도교육청은 이와 함께 내년에 3천만원을 들여 학교 동아리 위주로 여행을 떠나는 '사제 동행 프로그램'을 운영해 교권 관련 교사와 학생들의 간격을 좁힐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