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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방문객을 받던 국회의원회관 입구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곧 경비원 몇몇이 큰 가방을 든 한 남자를 에워쌌다. 남자는 당황하는 듯하더니 이내 이성을 찾고 가방을 연다. 남자가 주섬주섬 가방에서 꺼낸 것은 작은 주머니다. 적막감을 깨우고 남자의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그 무언가’가 나온다. 남자의 필통에서 문구점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작은 칼이 번쩍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국회의원회관을 찾을 때 무심코 들고왔다가 제지당할 수 있는 물품들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의원회관 안내실에 따르면 최근 필통에 든 사무용 칼 때문에 의원회관 문턱에서 얼굴을 붉히는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사무용 칼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 방문객들의 항의도 만만찮아 일종의 ‘과잉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원실 방문차 국회를 찾았다가 비슷한 경험을 겪은 정진호(30·가명)씨는 “어떤 사전안내도 받지 못했는데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듯 소리를 지르며 경비원들이 내 주변을 포위해 매우 언짢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국회는 안전을 위해 사무용 칼이라도 엄격히 확인 후 보관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방호실 관계자는 “사무용 칼도 사용하기 따라 흉기가 될 수 있다”며 “이 외에도 가위, 공구 등 공업물품이 있으면 양해를 구하고 내부 업무 매뉴얼에 따라 임시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관 과정에서 불쾌한 경험을 하는 방문자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실무진마다 칼의 크기나 상황 등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어 일종의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다만 꼭 해당 물품들을 의원회관 내부에서 사용해야
이 관계자는 “해당 규정에 대한 이의제기는 사실 자주 있는 일”이라며 “입구에서 사무용칼의 용도를 설명한 뒤 관계자 확인 절차를 거친다면 사무용 칼을 소지해도 출입에 문제가 없도록 최근에 규정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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