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에 엔진 달고 시속 90km로...밀항 조직 적발

수천만원의 돈을 받고 배를 이용해 일본 밀입국을 도운 밀항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경비함정을 따돌리기 위해 전복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속 9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어선을 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30일 일본과 국내를 오가며 밀항자를 실어나른 혐의(밀항단속법 위반 등)로 밀항조직총책 김모 씨(55)와 알선브로커 최모 씨(57), 해상운송책 이모 씨(54) 등 3명을 구속했다. 또 브로커 허모 씨(78)와 밀항 미수자 김모 씨(42·여)를 불구속 입건하고 밀항을 한 오모 씨(54) 등 8명을 수배했다.
김씨 등은 지난 3월 30일 오후 경남 통영의 한 방파제에서 1인당 1500만∼2000만원을 받고 오씨 등 8명을 일본 사가현과 나고야 등으로 밀입국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밀항자들은 10여 년 전 일본에서 불법 체류하며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국내로 추방된 이후 일본으로 재차 밀입국했다. 이들 중 7명은 일본 경찰에게 붙잡혀 재판을 받고 있고 1명은 국내로 도피했다.
밀항자 가운데 김모 씨(64)는 2006년 일본에서 흉기나 최루액 등으로 강·절도행각을 벌여 현지 언론에 보도되는 등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다.
조사결과 이들은 경비정 추적을 피하려고 5t짜리 어선에 엔진 2개를 더 장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엔진 1개짜리 어선은 20노트(시속 37㎞)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개조한 엔진 3개짜리 어선은 최고 50노트(시속 92㎞)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일 경비함정의 속도가 30노트 안팎이어서 단속에 걸리더라도 쉽게 도망갈 수 있어 전복의 위험을 무릅쓰고 어선을 고친 것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이들은 개조한 어선이 속도가 빨라 단속 함정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며 “그러나 소형어선이 너무 빨라 전복 가능성이 상당이 컸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