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시(市) 아래에 있는 구(區) 단위를 폐지하며 ‘옥상옥’ 행정기관 구조를 개혁하고 나섰다. 도-시-구-동으로 이어지는 4계층 구조의 행정조직이 민원인의 불편을 야기하고 행정의 비효율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2일 “부천시가 원미구, 소사구, 오정구 3개 일반구(區)를 폐지하겠다는 행정구역 변경안을 신청해왔고 최근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내주초로 예정된 부천시의회에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88년 수원시, 부천시가 첫 일반구를 도입한 이후 폐지된 것은 27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부천시는 일반구를 폐지하는 대신 내년 7월부터 인접한 몇개 동을 하나로 묶어 구청의 업무를 보는 10개 책임동(洞)을 운영하는 실험에 나설 예정이다. 김만수 부천시장이 이같은 실험에 나선 것은 행정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면적이 53㎢에 불과한 부천시는 30분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좁은 도시지만 시청-구청-동사무소의 옥상옥 구조로 이뤄져 행정기능의 중복, 처리 지연, 경로비용이 발생해왔다.
김 시장은 “부천시 같이 밀집도시에서 구 단위까지 있다보니 낭비요소가 너무 많다”며 “더 이상 옥상옥 구조의 행정기관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부천시 공무원은 2300여명인데 이 중에 19%에 해당하는 430여명만 동주민센터에 배치돼 있다”며 “일반구를 폐지하면 동주민센터 배치인력 비중을 32%로 높일 수 있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밀착 행정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청이 없어지면서 얻는 효용도 많다. 김 시장은 “인건비, 기관운영비 등 구청당 유지비로 연간 40억원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서관 1개를 짓는데만 400억원이 들고, 복지회관을 지으려면 300억원이 소요된다”면서 “구청 건물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면 구청당 1000억원 이상, 총 3000억원 이상의 효용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성남시 고양시 용인시 청주시 포항시 창원시 전주시 등 12개 지자체
일부 지자체에서는 인구가 정체 또는 감소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지자체 인건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하는 등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부천시의 실험은 유사한 여건에 놓여있는 지자체들에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용범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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