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사이다 할머니, '무기징역 선고'…범행 동기 "잔혹·대담·죄질 나쁘다"
↑ 농약사이다 할머니/ 사진=연합뉴스 |
경북 상주 한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농약을 몰래 넣어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기소된 박모(82) 할머니에게 1심 법원이 11일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박 할머니 가족이 판결에 강하게 항의하는 등 항소할 예정이어서 박 할머니의 진범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유죄 선고 배경
판결 핵심 내용은 박 할머니가 사이다에 농약을 탔다고 진술하지 않았고 이를 본 목격자가 없어도 다양한 증거로 피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검찰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였고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은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재판에서 박 할머니가 다른 피해자 6명과 함께 마을회관에 있었으나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점을 의심스러운 증거로 내세웠습니다.
또 박 할머니 집에서 농약(메소밀) 성분이 든 드링크제 병이 나온 점, 마을회관 사이다 병 뚜껑으로 사용된 드링크제 뚜껑과 유효기간이 같은 드링크제가 여러 병 발견된 점, 메소밀 농약이 있던 점 등을 제시했습니다.
피고인 옷과 지팡이 등 21곳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된 점, 농약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들이 마을회관에 쓰러진 것을 알고도 구조하지 않은 점, 사건 전날 화투놀이를 하다 다른 할머니와 심하게 다퉜다는 진술, 박 할머니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는 점 등도 유력한 증거로 내놓았습니다.
검찰은 "피해자들 조차 원인을 모르던 사건 발생 당시에 박 할머니가 이장을 만나자마자 '사이다를 먹고 저렇게 됐다'고 말한 점을 봐도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범행 도구, 범행 흔적이 있고 제3자가 범행할 가능성 없다는 점을 봐서 박 할머니가 범인임을 입증한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측은 수십년간 친하게 지낸 이웃을 살해할 동기가 없고 각종 정황 증거가 검찰의 과도한 추측에 따른 것이라고 반발했으나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고 무기징역형 의견을 재판부에 신청했습니다.
재판부도 이런 배심원 의견을 참고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입을 닦아주는 과정에서 메소밀 성분이 묻어서 옷, 전동차, 지팡이 등에 남았다'는 박 할머니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침에는 메소밀이 묻어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또 침을 닦아줬다면 옷, 걸레 등에서 피해자의 유전자(DNA)가 검출돼야 하지만 전혀 나오지 않은 것도 박 할머니의 주장을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다른 피해자가 자는 것으로 알아서 구조요청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나 첫 피해자의 증상 발현 시점엔 다른 피해자도 증상 발현 가능성이 커서 자는 모습으로 보였다는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상당한 시간 나머지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았고 전화기를 사용할 줄 모른다고 하나 정상적으로 전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귀한 생명을 빼앗아 마을 공동체가 붕괴했다"며 "반성하는 태도가 없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판결 과정에서 범행 동기에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여전히 남는 논란…범행 동기 규명 못해
1심 판결에도 박 할머니와 변호인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범이 맞는지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핵심은 자백, 목격자 등 직접 증거 없이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법조계는 형사재판에서 일반적으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해야 유죄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박 할머니가 범행을 부인하고 목격자나 직접 증거가 없어 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판결 과정에서 범행 동기를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한 점도 논란이며, 검찰은 사건 전날에 화투놀이를 하다가 다툰 점을 범행 동기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시골에서 화투놀이를 하다가 다투는 경우가 흔한데 그 이유만으로 여러명을 한꺼번에 살해하려고 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재판부는 선고 때 범행 동기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변호인측은 박씨 집에서 농약 성분이 든 드링크제 병이 나온 점, 마을회관 사이다 병 뚜껑으로 사용된 드링크제 뚜껑과 유효기간이 같은 드링크제가 여러 병 발견된 점 등도 범인이 혼선을 주려고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씨가 범인이라면 집 안에 농약이 든 드링크제병을 놓아두거나 메소밀 성분이 묻은 옷을 입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변호인측은 블랙박스 영상에 찍힌 박 할머니의 이상 행동과 관련해 "다른 할머니들이 자는 줄 착각했을 뿐이고 순간적인 상황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사건 당시 출동한 119구급대 블랙박스 영상에는 박 할머니가 살충제 사이다를 마시고 마을회관 밖으로 뛰쳐나온 신모 할머니를 따라나왔다가 다시 마을회관으로 들어가 55분간 신고하지
한편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범인일 가능성이 없다고 박 할머니가 범인인가"라며 "수사기관의 인식 편향이 빚은 참혹한 결과로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악마이거나 사이코패스로 검찰이 정신감정을 의뢰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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