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공사들이 한국보다 두세 배 높은 임금으로 조종사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국내에서도 항공사 간에 연쇄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조종사 연봉을 최고 4억원대까지 부르는 등 러브콜을 보내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장들이 중국으로 이직하는 것은 물론 부기장들이 더 빨리 승진할 수 있는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로 이직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올해 퇴사한 조종사는 각각 50명 안팎에 이릅니다.
제주항공의 전체 조종사 300명(교육생 등 포함) 가운데 2014∼2015년 대한항공에서 이직한 조종사는 30명, 아시아나에서 이직한 조종사는 18명에 이릅니다.
제주항공 출범 때부터 따지면 현재 조종사 가운데 대한항공 출신은 50명, 아시아나 출신은 28명입니다.
티웨이항공은 전체 조종사 165명 가운데 작년부터 대한항공에서 42명, 아시아나에서 8명이 옮겨왔습니다.
이스타항공 역시 조종사 148명 가운데 작년부터 대한항공에서 19명, 아시아나에서 25명이 이직했습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장들이 중국으로 활발히 이직한 작년부터 부기장들은 국내 LCC로 자리를 옮긴 것입니다.
대형 항공사 부기장들은 내부 인사 정체가 심하고 기장 승진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LCC에서 승급을 위한 비행시간을 채우고 중국 이직 등 그다음 기회를 모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한항공도 '대놓고' LCC 출신 경력직 부기장을 뽑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민경력 조종사와 군경력 조종사로 구분해 조종사를 선발했는데 이달 처음으로 '항공사 경력직 부기장 모집' 공고를 따로 냈습니다.
민경력 조종사는 비행시간이 총 1천시간이 넘으면 지원할 수 있는데 주로 조종사 자격증을 따고 해외나 국내에서 조종사 양성 교관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채운 경우였습니다.
LCC에서 일하던 경력 조종사가 입사해도 제주 정석비행장에서 14개월동안 항공사 경험이 없는 출신들과 똑
이 때문에 대한항공 한국인 조종사 약 2천500명 가운데 LCC 출신은 20여명 정도입니다.
대한항공은 이번에 경력직 부기장을 따로 선발하면서 LCC 출신 조종사는 1년 미만의 단축 교육만 하기로 바꿨습니다. 그렇다고 이전 직장 근무 경력을 인정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