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에서 경력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인턴시장에서 조차 경력자를 선호해 취업준비생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겨울 방학을 맞아 혹은 하반기 취업에 실패해 인턴에 지원하는 취준생들은 사회경험의 첫발인 인턴조차 경력을 요구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희대 영미어학부 학생 A씨는 “요새 인턴을 모집하면서 경력자를 우대하고 자기소개서를 경험 중심으로 쓰라고 요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며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인턴에 지원하는 것인데 경력을 요구하니 그 경력은 어디에서 쌓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인턴 면접에서도 관련 경험이 없으면 질문을 받지 못할 만큼 경력자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디다스 코리아는 학생 인턴사원을 모집하면서 직무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3개월 이상의 관련 업계 경험을 요구한다고 명시했다. 이 외에 다른 외국계 기업들도 인턴사원을 모집하면서 관련 경력을 요구하거나 우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찌 코리아는 인턴사원 모집에서 백화점 근무경력자, 상위 5개 럭셔리 브랜드 경력자, 샵마스터 자격증 소지자 등을 우대한다고 제시했다.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도 자동차 관련 기업 인턴이나 경력 3개월 이상을 선호한다고 공개했으며 한국 화이자제약도 재학생을 상대로 동계 인턴을 모집할 때 마케팅, 인사관리 등 업무는 다른 제약회사 인턴 경험을 우대한다고 밝혔다.
졸업을 앞둔 연세대의 B씨는 “인턴에서도 경력을 선호하다 보니 결국 해본 사람만 인턴으로 뽑힌다”며 “이대로 인턴 없이 내년 상반기 취업을 준비하다가 또 인턴이 없다고 탈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될까봐 두렵다”고 토로했다.
인턴 모집에서 경력자를 선호하는 것은 비단 외국계 기업만이 아니었다. 국내 기업들도 인턴 경험을 해당 직무에 대한 관심의 척도로 보고 다른 기관에서 뽑은 인턴을 검증된 인재로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식품업체 팔도는 영업관리 인턴 사원 모집하면서 동종업계 영업경험 1년 이상을 우대 조건으로 내걸었다. 수입 패션잡화 전문업체 스타럭스도 대학생 3~4학년을 상대로 인턴 사원을 모집할 때 동종업계 경력 1년 이상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또 아산나눔재단은 대학생 인턴 모집할 때 다른 기관 인턴 경험자를, 공항철도 등은 사무관리 직군에서 철도 역무경험
연세대 재학생 C씨는 “인턴 경험이 있으면 서류나 면접 합격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다들 인턴에 지원할 수 밖에 없다”며 “경력직 못지 않은 수준을 요구하는 인턴 모집 공고를 보면 당연히 난 안되겠지 싶어 자괴감이 들고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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