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피해 할머니들 엇갈린 반응 "우리가 인간으로서 권리를 갖지 못해" '섭섭함' 토로
↑ 위안부 합의/사진=MBN |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28일 한일 양국이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위안부 문제 타결을 발표한데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할머니는 미흡하더라도 정부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으나 다른 할머니들은 법적 배상이 빠진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피해 할머니 지원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거실에서 TV를 통해 협상 타결 소식을 들은 이옥선(89) 할머니는 "피해 할머니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기다렸는데 정부에 섭섭하다"며 "우리는 돈 보다 명예를 회복받아야 하고 그래서 사죄와 배상을 하려는 것"이라고 이번 합의문에 법적 배상 표현이 빠진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연내에 해결하리라고 믿었는데 오늘 보니까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안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할머니들이 다 죽기 기다리고 배상할 것 같지 않다"고 섭섭함을 토로했습니다.
반면 유희남(88) 할머니는 만족은 못하지만 정부 뜻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 할머니는 회담 결과에 대해 "저희는 정부의 뜻만 보고 정부가 법적으로 해결할 것만 기다리고 있었다"며 "정부에서 기왕에 나서서 올해 안으로 해결하려고 애쓴 것 생각하니 정부가 하신대로 따라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유 할머니는 그러나 "우리가 살아온 지난 날을 생각하면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인간으로서 권리를 갖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만족은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법적 배상에 따른 피해자 지원이 아닌 기금 형태의 지원이라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피해 할머니들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과 관련해서는 한 목소리로 절대로 이전해선 안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옥선 할머니는 "소녀상은 그대로 둬야 한다.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도 세워지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뒤에서 만행을 부리려고 한다"며 "소녀상은 일본 정부가 세우냐 마느냐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할머니들은 그러나 대부분 고령이고, 합의 내용이 외교적으로 표현된 대목이 많아 한일 정부간 합의사항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쉽지 않은 탓인지 통일된 입장 정리를 내놓지는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해결의 주체이자 당사자인 피해 할머니들이 배제된 한일 외교장관 간 회담만으로 위안부 문제를 타결했다는 양국 발표에 대해서는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강일출(88) 할머니는 "우리는 강제로 끌려갔다"고 강조하고 "우리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합의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유 할머니는 "정부 관계자가 직접 와서 타결안에 대해 설명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기대를 많이 했고 우리 정부가 타결에 앞서 피해 할머니들에게 충분히 내용을 알려주고 협의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당황스럽다"며 "피해 할머니 한분한분이 피해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생존한 46명이 모두 모여 협의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안 소장은 "할머니들에게 사전에 설명하지 않고 타결 발표를 한 것을 보면 양자 협의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며 양자간 협의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다
피해 할머니들은 이번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강제 동원과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진정성없는 사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생존한 46명의 할머니들이 한 명이라도 반대한다면 회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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