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출판유통심의위원회(심의위)로부터 징계를 받은 출판사가 적반하장 소송까지 냈다가 각하당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정숙)는 책 판매량을 높일 목적으로 직원을 동원해 수백 권을 부당하게 사들인 혐의(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위반)로 경찰에 고발 당한 출판사 글길나루가 “경찰 고발 등 심의위의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각하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심의위는 행정청이 아닌데다, 징계의 근거가 된 협약도 출판계에서 마련한 사적 협약이어서 이 심의결정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경찰 고발’은 수사 단서에 불과할 뿐 행정처분은 아니라고 봤다.
출판사가 심의위 제재에 불복해 소송으로 비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문을 연 글길나루는 지난해 시집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와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를 출간했다. 출판사는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들을 한 번에 수백 권씩 주문해 직원 집으로 배송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두 책을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렸다.
그러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해 7월 이를 적발하고 진흥원 내 심의위를 통해 글길나루를 고발했다. 또 출판업계 관계자들이 마련한 자율협약 ‘책 읽는 사회 조성 및 출판 유통질서 확립 협약’에 따라 글길나루의 출판단체 회원자격을 박탈했다
글길나루 측은 처분을 받은 후 “베스트셀러 제외 처분을 취소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지난해 말 패소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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