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도심에서 하루 한 번꼴로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들어와 구조대가 출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에 서너 번 사람의 눈에 띈 4년 전과 비교하면 그 사이 개체 수가 많이 늘고 사람들의 공포와 경계심도 커졌습니다. 잦은 도심 출몰에 멧돼지는 '친근한 이웃'이라기보다는 '위험한 침입자'가 된 것입니다.
특히 북한산국립공원과 가까운 종로·은평·성북구에서 멧돼지 신고의 70%가 집중돼 인명·재산 피해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 '멧돼지 현장 119 출동' 4년 만에 8.5배
11일 서울시와 서울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멧돼지 목격 신고로 119구조대가 출동한 횟수는 총 364회(건)입니다.
2011년의 43건과 비교하면 4년 만에 8.5배로 급증했습니다.
멧돼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실적은 2013년 135건으로 늘었고, 다시 2년 만에 2배가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 통계는 119구조대 출동 실적으로, 서울에 사는 멧돼지가 4년 만에 8∼9배로 늘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개체 수가 증가하기도 했지만, 전국적으로 인명피해 사례가 알려지다 보니 멀리서 멧돼지를 보기만 해도 신고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합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북한산 자락에서 멀리 지나가는 멧돼지를 보고서도 신고가 들어오는 실정"이라며 "시민들이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신고를 한 결과 119구조대 출동 빈도가 개체 수 증가세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서울에 사는 멧돼지는 얼마나 될까.
최근에 과학적인 개체 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전문가들은 250마리 정도로 추정합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3∼4년 전 150마리에서 100마리 정도가 더 늘었을 것으로 짐작하는데, 더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개체 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서울 도심에 출현한 멧돼지 중에 45마리가 포획됐다. 모두 연구목적으로 대학에 기증됐습니다.
◇ 출몰지, 북한산 주변에 70% 집중
서울에서 멧돼지가 가장 많이 목격되는 곳은 종로구입니다.
2011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멧돼지 조치 실적 총 783건 중 종로구가 292건으로 서울시 전체의 37.3%를 차지했습니다.
은평구와 성북구가 각각 135건(17.2%)과 120건(15.3%)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성동구, 중구, 동대문구, 마포구, 서초구, 강서구, 구로구, 광진구, 강남구 등은 5년간 멧돼지 조치 실적이 각각 3건 이하입니다.
서울시는 과거 멧돼지 출몰지점을 상세하게 밝혔다가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로 자치구 단위 통계만 공개합니다.
종로, 은평, 성북에서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것은 주서식지인 북한산과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산에 살다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또는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나 주거지나 등산로까지 내려와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입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북한산 멧돼지가 도심으로 내려오는 주요 길목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멧돼지가 북악터널과 구기터널 위 산길로 내려왔다 되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등산로나 도심에 나타나는 일이 잦다"면서 "두 터널 위에 펜스를 설치해 도심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다음달부터는 북한산에 상시포획단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 "멧돼지와 마주친다면 시선 피하지 마세요"
서울시와 자치구는 멧돼지 기동포획단을 운영하고 출몰지점에 멧돼지가 싫어하는 냄새를 풍기는 기피제를 놓는 등 인명·재산피해 방지대책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또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지 말고 음식물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등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멧돼지를 맞닥뜨렸을 때 행동요령도 홍보하고 있습니다.
은평구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개발된 기피제가 멧돼지 접근을 차단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기피제를 보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멧돼지는 평소 겁이 많아 웬만해선 등산로나 주거지 근처에 잘 접근하지 않는다"며 "등산로를 벗어나지 않으면 산에서 멧돼지를 만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5년간 멧돼
멧돼지를 마주치면 시선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등을 보이지 말고 천천히 뒷걸음질쳐 시야에서 벗어나라는 게 소방당국의 조언입니다.
또 거리가 떨어진 상태라면 신속하게 피하거나 바위 뒤로 숨어야 합니다. 멧돼지에게 접근하거나 위협하는 것은 금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