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과 출신 대학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고소득 일자리를 얻는 것과 별개로 학벌이 좋으면 자존감이 높고 가정생활 등도 좋아 '행복도 성적순'이라는 것입니다.
15일 김영철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학력(학벌)'의 비경제적 효과 추정」이라는 논문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 7차년도 자료 중 9천997명을 상대로 '전반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 등을 설문한 결과를 활용해 출신 대학 수준과 학력에 따라 생활 만족도가 달라지는지 분석했습니다.
학력 수준은 대학별 입학생 평균 대입성적을 추정해 상위권대(10개), 중상위권대(30개), 중위권대(40개), 기타 4년제대, 전문대, 고졸, 중졸 이하로 나눴습니다.
분석 결과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생활 전반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효 응답자 9천948명 중 자신의 생활을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0.2%(3천95명)였으나 상위권대 출신 중에서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54.0%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학력 수준이 낮을수록 삶을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율도 줄었습니다. 중상위권대는 46.4%, 중위권대는 42.4%, 기타 4년제대는 46.2%를 기록해 상위권대 외 대졸자들은 대체로 비슷했으나 전문대졸, 고졸, 중졸 이하는 각각 35.1%, 28.8%, 23.1%로 떨어졌습니다.
월평균 소득과 종사하는 직업의 지위가 같다고 가정하고 분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문대졸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중졸 이하와 고졸은 만족도가 각 11.9%p와 6.2%p 낮았고, 중상위권대와 상위권대 출신은 각 10.6%p, 15.5%p 높았습니다.
학벌 차가 소득 차로 이어져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효과를 배제해 보면 소득 외에 일자리의 질적 수준이나 결혼 및 가정생활, 자존감이나 차별의식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학벌 효과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일례로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차별받는 경험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효응답자 7천400명 중 '취업시 차별 처우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을 보면 중졸 이하는 23.0%, 고졸은 18.7%, 전문대졸은 19.1%였습니다. 반면 중상위권대, 상위권대 출신은 각 8.3%, 7.3%에 그쳤습니다.
일반적 사회생활에서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인식 역시 학력 수준별 차이 났습니다.
9천315명의 유효응답자 중 726명(7.8%)이 사회생활에서 차별받은 적 있다고 답했는데, 중졸 이하와 고졸 출신은 각각 11.0%와 7.1%에 달했습니다. 반면 중상위권과 상위권 대학 출신
김 교수는 "과도한 고학력·학벌 추구 성향은 마냥 '허세'로만 치부할 수 없다"며 "과열 입시경쟁을 해소하려면 사회구조적으로 경직된 대학 간 서열 문화를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논문은 이달 17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경제학연구' 3월호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