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발한 ‘생활습관 개선’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국내 중소기업 A사는 최근 한 미국 로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A사가 미국에서 특허등록을 마치고 선보인 제품이 미국 현지에서 도용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로펌은 “특허권을 양도해주면 특허 침해 소송을 대리해주고 승소 금액의 50%를 주겠다”며 접근했다. 또 “양도받은 특허권을 관리할 별도의 법인을 만들 계획이며 회사 지분도 나눠주겠다”고 제안했다.
변호사나 로펌이 상표·저작권 침해 소송을 먼저 기획해 업체에 접촉하는 경우는 한국에서도 빈번하지만, 특허권과 관련해 ‘사업 제안’까지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었다. 이런 일을 처음 겪은 A사는 9988 중소기업 법률자문단(www.9988law.com)에 계약서 검토 등의 자문을 맡겼다.
법률자문단의 정대근 법무법인 로고스 미국변호사는 “특허를 완전히 양도해버리는 것보다 제한적인 권한만 위임하는 것이 업체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정 변호사는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로펌 측이 미국 현지에서의 사업 권한과 소송 권한 등만 제한적으로 갖게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또 지역별, 기간별로 소유권을 나눠 갖거나 공동소유권을 갖는 방식으로 A사가 소프트웨어에 대한 권한을 잃지 않게끔 했다.
애매한 계약서 조항도 수정했다. 로펌이 애초에 제시한 계약서에는 ‘소송에서 난 이익 중 합리적 비용을 뺀 금액을 나눠갖는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러나 ‘합리적인 비용’이라는 개념은 불분명해, 자칫 로펌이 과도한 소송 비용을 물릴 경우 A사에 돌아올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정 변호사는 로펌의 소송비용을 확정하거나 상한선을 정하도록 했고, 다수의 소송이 제기될 경우에도 모든 이익금을 A사가 받을 수 있도록 계약서 내용을 수정했다.
정 변호사의 자문으로 독소조항을 걸러낸 끝에 A사는 해당 로펌과 재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정 변호사는 “타국에서 잠자고 있던 특허권을 양도해 돈을 버는 것도 A사에겐 나쁘지 않은 거래”라며 “다만 중소형 로펌이 수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영업 방식인 만큼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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