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취준생 성적 조작’ 관련 1차 응시생 270명 수사 확대

7급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성적을 조작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같은 문제지로 시험을 본 1차 시험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피의자 송모씨(26)가 지난 1월 서울 신림동 소재 한 공무원 시험 학원에서 지역인재 선발 1차 시험지를 훔쳤다고 자백한데 따른 후속 조치다. 경찰은 송씨가 훔친 시험지가 다른 응시생들에게 유출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11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제지를 도난당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공무원 시험 학원에서 출제한 문제지로 1차 시험을 치른 270여명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학들은 공직적격성평가(PSAT) 모의고사 등 자체 1차 시험을 거쳐 지역인재 7급 시험의 2차 응시자를 선발해 인사혁신처에 추천한다. 강 청장은 “해당 학원에서 출제한 모의고사 문제지를 사용한 다른 대학이 있다”며 “1·2차 성적이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차이나는 사람, 송씨의 통화 내역에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보강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송씨가 공무원 시험 커뮤니티 등을 통해 훔친 문제를 유출한 흔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송씨가 자신이 다니던 제주 소재 한 대학에서 진행된 1차 시험에서 평균 81점을 받았다가 지난달 5일 인사혁신처 주관 2차 필기시험에서 평균 45점을 받은 부분을 수상히 여겨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송씨의 휴대전화 발신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8~10일 신림동에서 발신한 기록을 확인했다. 경찰의 추궁이 이어지자 송씨는 결국 1차 시험지를 훔친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대학 교직원을 사칭해 서울 시내 공무원 시험 학원 곳곳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대학에서 지역인재 선발 필기문제를 위탁한 곳을 찾아냈다.
송씨는 2월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정부서울청사에 총 5차례 침입해 ‘2016년 국가직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시험’ 필기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혐의로 6일 구속됐다. 경찰은 송씨가 미리 훔친 공무원 신분증과 인사처 사무실 문 옆에 적힌 전자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악용해 단독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보강 수사가 마무리되는대로 이르면 14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백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