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한국 경제가 정말 위기라고 하죠.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 위기 아닌 나라가 있나요. 중요한 건 위기에서 기회를 보는 겁니다. 우리는 거대 시장 중국이 바로 옆에 있잖아요. 이걸 이용 못하면 바보죠.”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강산이 꼬박 세번이 변할 동안 지구 한바퀴를 돈 남자가 있다. 1983년 KOTRA에 들어가 2014년 퇴직한 김상철 G&C 팩토리 대표다. 그는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리비아 트리폴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옮겨다녔다. 2011년~2014년에는 베이징과 상하이 무역관장을 연달아 역임해 변화하는 중국을 몸소 체험했다. 김 대표는 “전 세계 대륙에서 모두 다 근무해본 사람은 KOTRA에서 내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급속히 변하고 있는 중국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글로벌 제조기지 역할을 하던 시대는 지났어요. 중국도 고성장 시대 투자됐던 과잉설비가 구조조정 되는 과정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한국과 일본이 미리 겪었던 것처럼 말이죠.”
김 대표는 성숙기에 접어드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역발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동남아를 생산 거점으로 활용해 ‘메이드인 베트남’, ‘메이드인 미얀마’ 상품으로 중국 시장을 뚫자는 겁니다. 오를대로 오른 중국 인건비로는 승산이 없어요. 중국을 거대 시장으로 보고 한국의 콘텐츠와 동남아의 입지를 결합해 승부를 내자는 거지요.”
그는 “4년간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두루 살다보니 중국 물가는 정말 많이 올라갔는데 소득은 그에 못 미치더라”며 “한국의 높은 품질을 지키면서도 가격은 대폭 낮춘 상품을 들고 가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가 제시하는 또하나의 방법은 중국의 대기업을 겨냥한 ‘히든챔피언’육성 전략이다. 한국 부품 업체들이 삼성과 LG,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 대기업에만 목맬게 아니라 상하이자동차나 하이얼과 전략적 협력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중국 파트너를 물면 대박을 낼 수 있어요. 하지만 조심할 것도 많죠. ‘거상(巨商)의 피’가 흐르는 중국인은 셈에 능하고 탐욕적인 DNA가 있어요. 상술에 강하죠. 상대방에 먹히지 않게 계약서를 정말 잘 써야 합니다. 상식적인 선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확정하지 않는 것은 금물이에요.”
소비재 상품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한 기업이라면 ‘희소성’과 ‘스토리텔링’이란 무기를 갖춰야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에서 대박난 버터오징어, 바나나우유, 설빙을 보세요. 전부 중국인에게 생소한 것이죠. ‘치맥’은 평범하지만 스토리를 입힌 덕분에 크게 성공했습니다. 막연히 중국 시장이 크니까 먹을게 있겠다고 가면 100% 깡통차는 거예요.”
그는 이런 고민을 담아 최근 ‘5년후 세계 위기는 공평하게 다가온다’란 책을 펴냈다. 중국 근무 당시 상하이교통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딴게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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