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구조조정, 수천명 인력감축 예고 '몸집 줄이기'…정유 업계는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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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
저유가 여파로 산업계의 희비가 업종에 따라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유업계는 호황기를 누리는 반면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조선업계는 감원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위기를 맞았습니다.
현대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사는 임금을 삭감하고, 수천명의 인력감축을 예고하며 생존을 위한 몸집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반면, 정유업계는 영업이익이 2년 연속 호조를 보이면서 1억5천만원이 넘는 고액 연봉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700∼850%의 성과급이 지급되면서 한꺼번에 3천만원의 목돈을 챙긴 근로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조선업계, '수주 절벽'에 내년 하반기 '일감 고갈' 위기
저유가에 따른 각국의 해양플랜트 발주 급감에다가 중국 경쟁 기업의 추격, 저가 수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해운산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국내 조선업계는 3년째 불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시추선을 수주사가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싼 시추선을 가져가 석유를 채굴해도 기름값이 낮아 실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시추선은 인도 예정일인 지난해 12월을 훌쩍 넘겨 4개월 째 울산 앞바다에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공유수면 사용료 등 유지관리비도 한 달에 수십억원이 듭니다.
시추선은 2012년 5월 현대중공업이 노르웨이 선주사 프레드 올센 에너지로부터 수주한 길이 123m, 너비 96m입니다.
에베레스트(8천848m)보다 긴 수심 1만2천200m 바다 바닥에 구멍을 뚫고 석유를 뽑아 올리는 선박입니다. 가격이 7천26억원에 이릅니다.
조선업계는 이런 선박 인도 거부에 '수주 절벽'까지 설상가상의 상황에 몰려 있습니다.
국내 빅3 조선사가 올해 1분기 수주한 선박은 현대중공업의 3척이 전부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한 척도 없습니다.
현대중공업의 현재 누적 수주량은 110척 정도입니다. 한 해 60척 정도 건조하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에는 선박 건조 도크 일부가 비는 상황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현대중공업에서 정규직 2만7천여 명 중 생산직 포함, 3천명 정도를 감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미 지난해 초 과장급 직원과 근속연수가 긴 여직원 1천300여 명을 감축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3만명에 이르는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입니다.
협력업체는 일감이 떨어지는 순간 계약이 해지되고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게 됩니다. 지난해 이미 협력업체 100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일감 부족이 가시화하면 가뜩이나 임금은 적고 해고에 취약한 협력업체 근로자의 고용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조선소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시 희망퇴직을 받고있는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월 이후 임원을 112명에서 83명으로 29명 줄였습니다.
지난해 임원을 30% 감축한 대우조선해양도 고직급자 300여 명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입니다.
대우조선해양 16개 사내 협력업체는 지난해 말에서 올 3월 말까지 문을 닫았다.3천4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조선업계에서 1만5천여 명이 감축됐습니다.
◇ 석유화학업계 고액 연봉자 '수두룩'…거액 성과급도 '두둑'
정유·유화업계는 조선업계와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 2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정제 마진이 상승하고 재고손실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 생산직 가운데 야간ㆍ휴일 근무수당을 합쳐 연봉 1억5천만원이 넘는 근로자가 수두룩합니다. 연중무휴로 공장이 가동되면서 야간·휴일 수당이 많아진 것이 원인이다. S-OIL도 비슷합니다.
전 직원 평균 연봉이 SK에너지 1억100만원, GS칼텍스 9천986만원, S-OIL 9천734만원, 현대오일뱅크 8천900만원에 이릅니다.
각 업체마다 올해 초 거액의 성과급까지 지급됐습니다.
근로자들은 기본급 대비 SK에너지 850%, GS칼텍스 800%, S-0IL 700%의 성과급을 받았다. 현대오일뱅크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최고 수백%의 성과급에 해당하는 변동급여가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과급 비율이 가장 높은 SK에너지는 한꺼번에 평균 2천900만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노조 대응 '극과 극'…현대중 '투쟁'·삼성과 대우 '상생'
조선업계가 위기를 맞았지만 노조의 대응은 사뭇 다릅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투쟁'을, 삼성과 대우조선은 '상생'을 택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노사가 해외영업에 나서며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박대영 사장과 변성준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은 지난달 12일부터 4일간 호주 퍼스(Perth)에서 개최된 'LNG18' 전시회에서 선주들을 만나 수주활동을 펼쳤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전체 임직원 82%가량인 1만300여 명이 올해 격려금 중 기준임금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유상증자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파업을 자제하고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노동조합 동의서도 채권단에 제출했습니다.
반면, 현중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대립 상태입니다. 노조는 이달 초 기본급 9만6천712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11만9천712원, 6.3% 인상), 성과금 250% 고정 지급 등을 담은 임단협 요구안을 제시했습니다.
요구안에는 현재 58∼60세에 해당하는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고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시행, 징계위원회 노사동수 구성 등도 넣었습니다.
SK에너지와 S-OIL 노조는 2014년 회사가 경영적자로 어려움을 겪을 때 임금을 동결했습니다.
올해 S-OIL은 노사 합의로 58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애초 60세가 정년인 SK에너지 노사는 임금체계 개선에 나섭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 요구대로 임단협을 타결하면 3천5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인사·경영권 개입 조항도 있어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살피지 않은 요구안"이라고 개탄했습니다.
◇ 불황 여파 인구 빠져나가고, 자살 등 사회병리 현상도
현대중공업의 경영 악화로 울산의 지역경제도 한파를 겪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줄면서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에서는 원룸과 상가 등 부동산 매물이 4개월 새 20∼30% 증가했습니다. 유통업계와 음식점 매출도 20% 이상 감소했습니다.
현대중공업 및 협력업체 근로자가 많이 사는 동구·북구 인구도 줄었습니다. 3월 말 현재 동구는 지난해 3월보다 1천200명, 북구는 2천196명 줄었습니다.
동구에서 20여 년간 음식점을 경영한 김은주(52)씨는 "지난해 말부터 저녁에 손님이
지난 18일 광주에서는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해고된 30대가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울산에서는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대표 B(63)씨가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